유럽~아시아 ‘북극 뱃길’ 열린다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獨, 연내 선박노선 개척

운항거리-시간 절반 단축

아시아와 유럽의 상선 항해 거리를 절반으로 줄일 북극 항로가 열린다. 독일 해운회사 벨루가 그룹은 올해 안에 독일 브레멘에서 북극해를 지나 중국 상하이로 가는 선박 항로를 개척할 계획이라고 스웨덴 경제지 E24가 최근 보도했다. 독일 회사가 개척할 항로는 독일∼노르웨이∼러시아∼베링해협을 거쳐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노선이다. 벨루가 그룹은 항해 도중 북극 연안국인 러시아로부터 쇄빙선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빙설 자동관측장비로 유빙을 피하는 시험을 하기로 했다.

이 회사가 독자 항로 개척에 나선 것은 얼음 녹는 속도가 기상학자들의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최근 40일간 시베리아 북쪽 연안에서 빙설을 관측한 독일 해양학자 하이데마리에 카센스 씨는 “지금 북극 빙설이 너무 빨리 녹아 2050년경에야 상설 항로가 열릴 것이라는 기상학자들의 얘기도 낡은 가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과 스웨덴 과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기후조건이 계속되면 앞으로 10년 내에 북극해에 정기 상선항로가 개설될 것으로 예상했다.

북극 항로가 개설되면 아시아와 유럽의 운항 거리는 절반가량 줄어든다. 부산항만공사는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가는 한국 화물선이 인도양 항로 대신 북극 항로를 이용할 경우 운항거리가 2만100km에서 1만2700km로 줄고, 운항시간도 24일에서 14일로 단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러시아와 노르웨이 등 북극 연안국은 상선 항로 개척에 대비해 협력을 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북극항로프로젝트 대표단은 3월 25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아르토르 칠린가로프 북동항로위원장을 만나 실무협력단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노르웨이 인터넷신문 바렌츠옵서버는 “북극에는 화물선을 위협하는 유빙과 안개에다 일부 구역은 수심도 얕아 정기 항로 개설이 학자들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극에 가장 많이 접해 있는 러시아도 상선 통과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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