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최대 자동차회사인 피아트가 세계 자동차업계 지각변동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피아트는 파산보호신청을 한 미국의 크라이슬러에 이어 GM 유럽 사업부문의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두 협상이 모두 성공하면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 순위 9위였던 피아트는 연간 600만∼700만 대를 생산하는 자동차그룹으로 커지면서 단숨에 세계 2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피아트는 피아트, 알파로메오, 페라리, 마세라티, 란치아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피아트는 3일 “크라이슬러, GM 유럽 사업부문 등을 합병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GM 유럽의 핵심적인 사업부문인 독일의 오펠 브랜드 인수 협상 사실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 최고경영자(CEO)는 4일 독일 경제 및 외교 관계 장관들과 관련 협상을 시작했다. 오펠은 2월 독일 정부에 33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했으며 독일 정부는 오펠 인수 기업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피아트는 연간 800억 유로(약 137조 원)의 매출을 올려 1위 도요타에 이어 GM, 포드, 폴크스바겐그룹과 2위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마르키온네 CEO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수를 위한 절차를 이달 안에 마치고 잠정적으로 ‘피아트-오펠’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올여름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펠 노조와 독일 정치인들이 합병에 반대하고 있어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과거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렸던 피아트는 구조조정과 원가절감으로 2006년 흑자 전환한 뒤 2007년 발표한 소형차 ‘피아트 500’의 성공 등에 힘입어 경영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다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마르키온네 CEO의 공격적인 경영 방침에 따라 피아트는 최근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목표로 헐값에 나온 브랜드들을 인수해 도약을 노리고 있다고 자동차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