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11일 미국 하원 외교위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미국의 유엔 분담금 납부 연체를 지적하면서 ‘데드빗 기부자(deadbeat donor)’라고 표현해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deadbeat’은 ‘돈을 떼먹는 사람, 빚을 제대로 안 갚고 빈둥거리는 사람’ 등을 뜻하는 속어다.
1시간가량 면담이 끝난 뒤 공화당 간사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의원은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은 지난해에만도 50억 달러의 세금을 유엔에 낸 최대 기부자다”며 “(반 총장의) 믿을 수 없는 표현에 매우 불쾌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유엔 주재 미 대표부 대변인도 “분담금 납부가 일부 늦었지만 의회에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할 때 쓸 만한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비난 성명 후 ‘deadbeat’이란 표현을 쓴 게 맞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반 총장은 “그랬다”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미국이 유엔 운영예산의 22%를 내는데 항상 제때 안 낸다. 현재 10억 달러가량이 밀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표현이 염려됐는지 이날 저녁 성명을 발표해 “미국은 관대하게 유엔을 지지해 주고 있다. 나는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유엔을 지지해 주는 걸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