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총장 “미국은 돈떼먹는 기부자”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8분


유엔분담금 연체 지적 발언 구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11일 미국 하원 외교위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미국의 유엔 분담금 납부 연체를 지적하면서 ‘데드빗 기부자(deadbeat donor)’라고 표현해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deadbeat’은 ‘돈을 떼먹는 사람, 빚을 제대로 안 갚고 빈둥거리는 사람’ 등을 뜻하는 속어다.

1시간가량 면담이 끝난 뒤 공화당 간사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의원은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은 지난해에만도 50억 달러의 세금을 유엔에 낸 최대 기부자다”며 “(반 총장의) 믿을 수 없는 표현에 매우 불쾌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유엔 주재 미 대표부 대변인도 “분담금 납부가 일부 늦었지만 의회에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할 때 쓸 만한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비난 성명 후 ‘deadbeat’이란 표현을 쓴 게 맞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반 총장은 “그랬다”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미국이 유엔 운영예산의 22%를 내는데 항상 제때 안 낸다. 현재 10억 달러가량이 밀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표현이 염려됐는지 이날 저녁 성명을 발표해 “미국은 관대하게 유엔을 지지해 주고 있다. 나는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유엔을 지지해 주는 걸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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