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10년전 청부살인의 공포 또…”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시장-판사 등 피격… 금융위기 때도 고위인사 잇단 저격

“어제는 판사가 총을 맞고, 오늘은 시장이 총탄에 쓰러지고…. 내일은 또 누구인가.”

최근 러시아 고위 공무원과 기업인이 잇따라 괴한이 쏜 총에 맞자 모스크바 시민들이 10년 전 청부 살인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달 26일 러시아 동부 블라디캅카스 시에서는 비탈리 카라예프 시장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현지 신문이 전했다. 올 2월에 취임한 카라예프 시장은 이날 오전 9시 경호원 4명과 함께 승용차에 오르는 순간 이런 변을 당했다. 시장 저택 주변 건물에 숨어 있던 저격범은 총알 1발을 명중시키고 유유히 사라졌다.

28일 모스크바에서는 중소기업 사장 올렉 아블로하슈빌리 씨가 총탄을 맞아 사망했다. 그는 방탄유리를 한 포르셰 카이엔을 타고 있었지만 범인은 차량 앞 유리에 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소총탄 20발을 집중적으로 쏘고 달아났다.

이에 앞서 25일 러시아 남부 사마라 시 한복판에서는 류보비 드로즈도바 사마라지방법원장이 괴한이 쏜 총을 맞고 중상을 입었다. 괴한은 출근길 승용차에 탄 드로즈도바 법원장에게 소총 한 발을 쏘고 자취를 감췄다.

고위 인사 저격범은 대부분 살인 청부업자의 지시를 받은 전문 저격범으로 추정된다. 저격 동기에 대해서는 “업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범인이 검거되거나 진상이 밝혀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러시아 형사정책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1998년 고위인사 연쇄 살인 사건 이후 수사 역량이 보강되지 않은 것이 최근 연쇄 저격사건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1998년 11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민주러시아당 총재 살인 사건의 주범(主犯)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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