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1월 8일 03시 0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수주일 장고 관행 깨고 ‘위기수습’ 각료인선 서둘러
버락 오바마 당선인이 대선 승리의 기쁨을 즐길 여유도 없이 당선되자마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경제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 20일 정식 대통령 취임일까지 70여 일이 남았지만 오바마 당선인은 당장 경제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소방수’ 역할을 맡아야 할 상황이다.
○ 급박한 경제 상황
미국 실물경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미 노동부는 6일 1주일 이상 기간에 해당하는 실업수당을 청구한 건수가 384만 명으로 25년 만의 최대치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10월 제조업 업황지수는 1982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선거 다음 날인 5일과 6일 이틀 동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0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벼랑 끝 위기에 처한 자동차 업계는 정부 지원만 기다리고 있다. ‘제너럴모터스는 신속한 지원이 없으면 몇 달을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후방 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면 미국 제조업 자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 오바마, 취임까지 기다릴 수 없다
이 때문인지 오바마 당선인은 당선 이후 3일 동안 경제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중앙정보국(CIA)의 1급 비밀 정보보고서보다도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작성한 경제보고서를 오히려 숙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7일에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폴 볼커 전 FRB 의장 등 경제자문위원들과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수습을 주도했던 루빈 전 장관, ‘오마하의 현인’으로도 불리는 버핏 회장 등 최고의 경제전문가들은 오바마 당선인에게 위기수습 방안에 대한 조언을 해줄 예정이다.
또 ‘빅3’ 자동차업체가 몰려 있는 미시간 주의 제니퍼 그랜홀름 주지사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자동차업체와 관련해 어떤 지원책이 나올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관심 모으는 재무장관 인선
당선인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재무장관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대통령 당선인들의 경우 주요 각료들을 발표하는 데 수주일이 걸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일부 주요 보좌관을 취임식을 불과 5일 앞두고 임명하기도 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장상황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최악의 경제상황인 만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책공조도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는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면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두 사람은 모두 비상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한 경제위기는 새 대통령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릴 여유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인이 7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위기극복 방안을 내놓을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한편 오바마 당선인은 6일 공식 홈페이지(www.change.gov)를 개설하고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새 정부가 추진할 주요 국정과제로 △경제회생 △이라크전쟁 종식 △전 국민 의료보험 확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제시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