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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3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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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21일간 납입 유예기간 신설 추진
미국 경제를 뒤흔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에 이어 신용카드 위기가 미국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현재 미국 내 신용카드 사용 대금 미결제금액은 9500억 달러(약 1220조 원). 투자 자문업체인 이노베스트는 이 중 410억 달러는 사실상 상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악성 연체’로 분류하면서 내년에는 악성 연체 규모가 96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12조 달러 가까이 되는 모기지 시장에 비해 신용카드는 시장 규모가 훨씬 작지만 신용카드는 무담보이기 때문에 신용카드 회사들이 받는 타격은 더 클 수 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지적했다.
이미 신용카드 위기는 금융시장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신용카드사이기도 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6일 신용카드 부문 자산 약 30억 달러를 손실 처리했다고 밝혔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도 올해 4분기 신용카드 부문 손실 예상액을 8억1000만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비즈니스위크는 “경기가 좋던 시절 카드회사들이 벌여 놓은 일들이 이제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전직 카드회사 직원은 “예전에 내가 했던 일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돈을 더 많이 쓰라’고 고객을 꼬드기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고객들이 빚더미에 올라앉거나 파산하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고 토로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신용카드 결제기간이 지나도 결제시점 이후 21일 동안은 연체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 의회는 신용카드 회사들의 연체율 인상에 대해서도 제동을 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방안들은 내년 초나 돼야 발효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신용카드 회사들은 규제가 시작되기 전 최대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 연체이자율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연체이자율을 높일수록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카드 사용자들의 연체는 더욱 늘어나게 되고, 결국 신용카드 회사들이 부실화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