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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8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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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병사 사진 공개한 기자 ‘추방’… 언론검열 논란
최근 이라크에서 발생한 자살공격 현장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사진기자가 미군의 ‘임베드 프로그램’(군대와 함께 생활하며 전쟁 현장을 취재하는 종군기자 프로그램)에서 쫓겨나면서 언론 자유를 둘러싸고 기자들과 미군 당국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라크 서부 안바르 주 가르마에서 지난달 26일 미 해병대를 겨냥해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 이 공격으로 해병대원 3명을 포함해 20명이 사망했다.
안바르에 주둔 중인 미 제3해병연대 2대대 E중대에 소속돼 임베드 프로그램에 참여해 온 프리랜서 사진기자 조리아 밀러(32) 씨는 사건 당일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10여 분간 사진을 찍었다. 해병대원의 신체 일부가 바닥에 나뒹구는 참혹한 모습들이 카메라에 담겼다.
밀러 기자는 지난달 30일 이들 사진 중 일부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
다음 날 미 해병대는 ‘임베드 프로그램 규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밀러 기자에게 사진들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밀러 기자는 거부했다.
그러자 미군은 밀러 기자를 임베드 프로그램에서 축출한 것은 물론 전 세계 미군 시설에 대한 취재를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미 해병대는 밀러 기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 대해 “어떤 정보도 미군의 사전 승인 없이 보도하지 않는다는 조항과 적군 전술의 효율성을 보여 주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부 미국 기자는 “미국 국민은 이라크전쟁에 따른 인명피해 상황을 볼 권리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밀러 기자는 “미 해병대가 보여 주고 싶지 않은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나를 임베드 프로그램에서 제외한 것은 미군의 ‘언론 검열’”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에서 취재활동을 하는 다른 종군기자들 사이에서도 미군의 취재활동 제한이 점점 심해진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