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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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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고객 끊기나” 美측 당황
대만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 당분간 미국산 무기의 구매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홍콩의 펑황(鳳凰)위성TV 인터넷판이 8일 보도했다.
대만 당국의 무기 구입 보류 조치에 미국 측은 크게 당황하며 사태 발전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펑황 인터넷판은 대만 롄허(聯合)보를 인용해 “대만-미국 국가안전 고위급 회담에서 대만 측이 미국 측에 베이징(北京)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대만에 무기 판매를 잠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이 협의 끝에 대만에 무기 판매를 잠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전했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를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방문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한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앞으로 대만이 미국산 무기를 더는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제임스 신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와 “이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이 당초 구입하기로 한 무기는 패트리엇 미사일과 공격용 아파치 헬기 30대, 다용도 블랙호크 헬기 60대 등 7종이다.
그러나 대만이 주도적으로 무기 판매 중단을 미국 측에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만 국가안전회의 고위 관계자는 “입법원(한국의 국회)이 이미 (무기 구입) 예산을 통과시킨 만큼 빨리 인도하든, 늦게 주든, 안 주든 그것은 미국에 달려 있다”며 “무기 판매 여부를 놓고 미국 측에서 찬반이 엇갈리는 것이지 우리가 판매 중단을 요구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만의 무기 구입이 올해 가을까지 보류될 경우 미국 대선 일정에 따라 가을부터 의회가 휴회하게 돼 대만은 내년에 미국의 새 정권이 들어선 뒤에야 미국산 무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