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꿈나무에 희망을 달아줘요”

  • 입력 2008년 6월 26일 02시 58분


브라질의 소도시 이타페바 변두리의 빈민촌인 산타마리아 마을. 쓰레기 매립장 옆에 자리잡은 마을의 아이들은 종이나 페트병 등 재활용품을 주워 생활에 보탠다. 이타페바=홍수영 기자
브라질의 소도시 이타페바 변두리의 빈민촌인 산타마리아 마을. 쓰레기 매립장 옆에 자리잡은 마을의 아이들은 종이나 페트병 등 재활용품을 주워 생활에 보탠다. 이타페바=홍수영 기자
원자재와 곡물 가격 급등으로 ‘기회의 땅’으로 도약하고 있는 남미. 세계 경제성장 엔진 역할을 하는 브라질은 지난해 목표치인 4.5%를 훨씬 웃돈 5.4%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이면에는 극심한 빈부격차가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있다. 9∼16일 국제구호기구 ‘기아대책’과 함께 브라질을 찾아 상대적 박탈감에 허덕이는 이들을 보듬는 한국인을 만났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서남쪽으로 300여 km 떨어진 인구 8만 명의 소도시 이타페바.

파스텔톤의 상가가 이어진 시가지에서 자동차로 10여 분만 벗어나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흙먼지가 뿌옇게 이는 비포장도로 사이로 한쪽에 쓰레기 매립장이 있는 빈민촌, 산타마리아 마을이다. 비바람을 겨우 막는 벽돌집과 판잣집에 650가구 2000여 명이 살고 있다.

골목은 어린이들 차지다. 맨발로 공도 없이 헛발질을 하거나 바닥을 스케치북 삼아 그림을 그린다. 땅에 뒹굴고 잘 씻지 않아 얼굴엔 생채기투성이고 옷엔 땟국이 흐른다.

오후 4시경이면 쓰레기를 태우는 검은 연기가 마을을 뒤덮는다. 호흡기 질환을 앓는 아이도 많다. 경비가 없던 얼마 전까진 매립장 안에서 뛰놀다 불씨에 데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에게도 ‘희망의 구심점’이 있다. ‘소망의 집’이라 불리는 기아대책의 어린이개발사업(CDP·Child Development Program) 센터다.

CDP는 어린이에게 후원자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도록 교육, 생활환경 개선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4년부터 센터를 운영하는 기아봉사단 우경호(53) 씨는 “경제가 호황이라도 주민들은 ‘출신’이 굴레가 돼 취직하지 못하고 매립장에서 재활용품을 주워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보며 자라 꿈을 잃은 아이들이 훗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필요했다”고 말했다.

우 씨는 3, 4평 남짓한 교실에서 컴퓨터, 영어 등 실생활에 필요한 과목을 가르쳤다. 틈틈이 진로 상담을 하고 가정을 방문해 계속 학교를 보내도록 부모를 설득했다. 그 결실로 중학교 졸업률이 50% 정도인 이 마을에서 올해 첫 대학 졸업자가 나왔다.

교육대학을 마친 하파에우(22) 씨는 현재 센터에서 국어, 컴퓨터 교사로 활동하며 아프리카에 기아봉사단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그는 “17세까지 마을을 벗어나 본 적도 없는데 꿈만 같다. 나도 이젠 다른 이에게 희망을 심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제2의 하파에우’를 꿈꾸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 센터를 거쳐 고교를 마치거나 대학에 진학한 뒤 지역 어린이를 위한 교사로 봉사하는 사람이 수십 명에 이른다. CDP의 혜택을 보는 지역도 컨천, 노바캄피나스 등 이타페바 인근 다른 빈민촌으로 확대되고 있다.

후원 문의 기아대책 전화(02-544-9544) 또는 홈페이지(www.kfhi.or.kr). ARS는 060-700-0770(한 통화 2000원)

이타페바=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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