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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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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위기 이제 시작”‘큰손’ 소로스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 “진짜 금융위기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미국의 신용위기와 이에 따른 경제침체 국면을 놓고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 씨가 상반된 예측을 내놓았다.
폴슨 장관은 7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가 시행한 1680억 달러의 대형 세금 환급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미국 내에서 다섯 번째로 큰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JP모건체이스에 매각되는 혼란을 겪었으나 이를 통해 3월 중순부터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베어스턴스 구제 결정이 변곡점이 됐다는 것이다.
폴슨 장관은 또 주택시장이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주택가격 하락은 “조정국면에서 일어나는 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 아래 그는 민주당 측이 주장하는 실업급여를 높이는 법안 등 제2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현재로서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소로스 씨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그는 7일 워싱턴의 외교협회(CFR) 모임에서 “국제금융 시스템이 받은 충격이 곧 실물경제로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는 최근의 금리인하에 대해 “달러가 숨쉴 틈(breathing space)을 준 것일 뿐”이라며 최근 달러화 안정세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또 주택가격 하락세가 연말에는 진정될 것이라고 믿는 일부의 기대는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소로스 씨는 현재의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 중 하나만으로는 주택시장의 채무불이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더 포괄적인 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다만 1990년대 일본의 경기불황 때와 같은 장기침체 흐름과 미국의 상황은 다르다며 “금융기관의 자본구조 재편으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또 외국의 국부펀드들이 미국의 금융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외국 정부의 정치적인 의도에 따라 휘둘리지 않도록 일정한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