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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3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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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숭례문 화재 현장을 찾을 계획이 있는지를 여러 차례 물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국무회의 시작 전엔 “국무회의에서 논의되는지 지켜보죠”라고 했다가 오후 3시경엔 “현장을 찾을 계획은 아직 없다는데, 기사는 쓰지 마시죠”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노 대통령이 현장을 찾은 것은 사고 발생 나흘째인 11일 오후였다. 본보가 ‘재앙의 현장에 대통령이 없다’고 지적한 11일 아침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오늘 제가 피해 지역을 방문하는 게 낫겠느냐”라고 물었고, 국무위원들은 “그렇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전날인 12월 10일 “노 대통령이 피해 지역을 시찰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던 청와대는 12월 11일 노 대통령의 현장 시찰 계획을 전하며 “국무회의 보고를 받고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하며 본보 보도를 원망했다.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즉각 현장에 달려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정의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경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한 후 현장을 방문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느 나라에서든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국민은 최고지도자의 신속하고 결연한 움직임에 위안받고 안도한다. 2001년 9·11테러 다음 날 폐허로 변한 ‘그라운드 제로’에 나타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점퍼 차림에 메가폰을 잡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6·25전쟁을 견디며 600년 이상 서울을 지켜온 숭례문이 무너져 내리던 그 밤, 아니 그 다음 날 이른 아침에라도 노 대통령이 재난의 현장에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노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퇴임 후 살 집의 신축공사가 한창인 고향 김해시 봉하마을에는 6번이나 방문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임기 마지막 날까지 할 말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이 말보다는 행동으로 임기 마지막까지 대통령임을 보여주면 좋겠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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