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가는 첫 문 열자” 한파 녹이는 혼전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월 3일 02시 59분



■ 아이오와 코커스 오늘 개막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전이 3일 아이오와 주 코커스를 시작으로 투표일인 11월 4일까지 10개월간의 대장정에 본격 돌입한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4년마다 2∼4월에 50개 주별로 코커스(Caucus·당원대회) 및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갖는다. 여기서는 8, 9월에 각각 열리는 당 전국위원회 전당대회장에서 대통령 후보를 최종 선출할 주 대의원을 선발한다.

중서부의 아이오와 주와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방의 뉴햄프셔 주는 전통적으로 50개 주 가운데 가장 먼저 선거를 치르면서 전체 선거 판도의 풍향계 역할을 해 왔다.

3일 열릴 아이오와 코커스에는 전체 주민 298만 명 가운데 20만 명 안팎이 지지 정당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낮 시간에는 후보별 연설회에 참석할 수 있고, 오후 6시 반부터 지역별로 지정된 학교 도서관 공회당에 모인다.

이때 지지하는 후보를 위한 공간에 들어가 지지를 표시한다. 후보 이름을 놓고 선택하는 통상의 방식과 다르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당원은 별도의 방에 모이면 된다.

1976년에는 무명의 지미 카터 전 조지아 주지사가 28%를 얻어 주목을 받았지만 ‘미결정’ 방에 모인 수는 37%나 됐다.

이와 달리 공화당 코커스에서는 백지에지지 후보를 적어 넣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투표한다. 8일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민주당 공화당 모두 자유투표로 후보를 정한다.

그러나 다른 주들은 두 주가 선거의 시작 테이프를 끊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해 왔다. 두 주의 인구가 미국 전체 인구 3억 명의 1.5%에 불과한 데다 백인 비율이 95%가 넘는데도 항상 대선에서 ‘과도한’ 대표성을 가져왔다는 것.

이번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이 “에탄올 대체에너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해 온 것도 에탄올 원료인 옥수수의 주요 산지이자 선거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아이오와 주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다른 주들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자기 주의 프라이머리 일자를 앞당기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오와 주와 뉴햄프셔 주는 주법까지 개정하며 통상 2, 3월에 치르던 행사를 1월 초로 앞당겨 ‘첫 투표지’ 지위를 지켜냈다.

물론 아이오와 승자가 최종 후보가 된다는 법은 없다. 1976년 이후 정부통령이 아닌 후보로 아이오와 코커스를 이긴 뒤 자기 당 후보가 된 사람은 8명 가운데 5명이었다. 올해는 80여 년 만에 정부통령이 모두 출마하지 않는 선거다.

올해 일정상 양당 후보는 2월 5일 결정될 공산이 크다. 미국 언론들이 ‘슈퍼 화요일’ ‘쓰나미 화요일’로 부르는 이날은 무려 20개 주가 주별 선거를 치른다.

민주당은 8월 말 덴버(콜로라도 주)에서, 공화당은 9월 초 미니애폴리스(미네소타 주)에서 후보를 추대하는 전당대회를 연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후보들 뜨거운 유세전

미국 아이오와 주 코커스를 하루 남긴 2일(현지 시간) 아이오와의 주도(州都)인 디모인. 2008 미국 대선전 개막을 앞둔 이 도시는 최저기온 영하 14도, 최고기온 영하 9도의 추위 속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그러나 3일 코커스에서 승기를 잡아 백악관 진입의 첫 관문을 열어젖히려는 후보들은 도시 곳곳을 돌며 한파를 녹이는 뜨거운 선거전을 벌였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선두그룹이 치열한 혼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형국이다. 코커스 결과는 3일 저녁(한국 시간 4일 오전)에 나올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선거운동원들은 2일 힐러리 지지자로 분류된 당원들을 가가호호 방문하며 정성을 쏟았다.

집이 잠겨 있으면 ‘3일 오후 6시 반까지 코커스 장소로 꼭 나와 주세요. 만약 지지자 3명 중 1명씩 기권한다면 질 수도 있습니다’라고 적힌 메모를 문고리에 걸어 놓았다.

힐러리 후보의 주 선거캠프 대변인인 제이 카슨 씨는 “가능한 한 막판까지 대면 접촉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후보는 1일 디모인의 루스벨트고교 체육관 유세에서 부인 미셸 여사를 “미국의 다음번 퍼스트레이디”라고 소개하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 1년간 아이오와 주 99개 카운티를 모두 방문하며 공을 들여 온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지지자들과 함께 주 곳곳을 누비는 마라톤 유세를 벌였다.

○…공화당에선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간의 선두 다툼이 치열하다.

낙태, 이혼, 동성애 결혼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공화당 핵심 지지층의 지지에 힘입어 뒤늦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허커비 후보는 1일 밤 디모인에서 영화배우 척 노리스와 함께 4개나 되는 행사에 참석하고 TV 토크쇼에도 출연하며 승리를 자신했다.

롬니 후보는 버스를 타고 주택가 곳곳을 찾아 유권자의 가정에서 대학 미식축구를 함께 관람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디모인=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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