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지붕밑]佛대통령 집무실 일반에 첫 공개

  • 입력 2007년 9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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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공화국 대통령은 절대왕정 시대 루이 15세가 쓰던 책상에 앉아 사무를 본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문화유산의 날’인 15, 16일 이틀 동안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엘리제 궁의 집무실을 일반에 공개했다.

프랑스에서 문화유산의 날에는 평소 개방되지 않던 문화재 건물도 모두 문을 열고 일반인을 받아들인다. 엘리제 궁은 특히 인기가 높아 예년에도 들어가려면 2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올해의 경우 대통령 집무실이 공개되면서 무려 5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대통령 집무실은 엘리제 궁의 2층(프랑스식으로는 1층) 중심에 있어 정원을 한가운데서 내려다볼 수 있다. 나폴레옹 3세가 황후 외제니를 위해 만든 금 장식방(살롱 도레)으로 당시 장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베르사유 궁에 있는 ‘거울의 방’처럼 정원으로 난 창을 마주보는 벽에 창 모양의 거울이 있어 밝고 환하다. 화려함과 단아함은 서로 상반되기 쉬운데 이 방은 두 가지가 묘하게 어울린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 시절에는 이 방을 집무실로 사용하지 않았다. 왕실풍이 공화국의 정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자료에는 ‘대통령이 쓰고 있는 책상이 엘리제 궁의 최고 보물’이라고 소개돼 있다. 문외한에게는 쉽게 눈길이 가지 않지만 18세기 가구장식가 샤를 그레상이 루이 15세를 위해 제작한 이 책상은 프랑스 가구의 으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책상은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곳에 놓였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은 2번째 임기 중 이 책상을 치우고 현대식 가구로 대체했으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다시 가져왔다.

책상에는 필기도구 같은 간단한 물건들만 놓여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라는 느낌은 책상 옆 탁자에 놓인 버튼이 많은 전화기와 수신용 팩스 정도에서나 느낄 수 있었다. 컴퓨터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이곳에서는 e메일보다 팩스가 주요 통신 수단인 듯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엘리제 궁 내 숙소가 공사 중이기 때문에 잠은 가족과 함께 다른 곳에서 잔다. 대통령의 하루 일과는 오전 8시 반에 출근해 집무실 옆 초록방(살롱 베르)에서 참모들과 회의를 하면서 시작된다. 은은한 초록이 주색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은 이 방은 클로드 게랑 비서실장이 사용한다.

살롱 베르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책상에 ‘르 몽드’ 등 각종 신문이 언제나 쉽게 집어들 수 있게 놓여 있다. 대통령과 비서들이 주위를 다니면서 신문을 본다.

각료 회의는 매주 수요일 오전 1층(프랑스식으로는 레 데 쇼세) ‘살롱 뮈라’에서 열린다. 큰 원형 탁자에 대통령과 장관들이 둘러앉고 엘리제 궁 비서실장과 총리비서실장이 따로 창가 쪽에 자리 잡고 앉는다.

집무실까지 공개하며 전임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15일 오전 일찍 엘리제 궁 정문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하며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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