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대선 사상 첫 UCC 토론회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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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가 정치 문화의 새 장을 열었다. 23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서는 CNN과 유튜브 공동 주최로 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처음으로 손수제작 영상물(UCC)을 선거전의 주역 중 하나로 등장시키면서 이른바 ‘웹 2.0’ 문화의 정치적 영향력을 실감하게 했다.》

▽노래… 눈사람… 각양각색 동영상=2시간가량 진행된 토론회는 유권자들이 실명으로 만들어 보낸 10초 분량의 동영상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후보자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전 각본이나 패널은 없었다. 행사장에는 초대형 화면이 마련됐고 각각의 후보자 앞에는 손바닥 크기의 액정화면이 제공됐다.

동영상을 만든 유권자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질문 의도를 충분히 알리려는 듯 다양한 화면을 구성해 색다른 재미와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유방암 환자는 건강보험에 관한 질문을 하던 중 쓰고 있던 가발을 벗으며 “내가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면 완치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라고 물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질문 동영상에서는 ‘녹아내리는 눈사람’ 모양의 인형이 등장해 질문을 던졌다. 한 유권자는 세금 문제를 노래로 만들어 웃음을 유발한 뒤 후보자의 견해를 물었다. 진행을 맡은 CNN 기자도 ‘대답을 하라’며 난처한 질문을 피해 가려는 후보들을 코너로 몰았다.

민주당에 이어 공화당도 9월 UCC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가시 돋친 후보들의 장군멍군=‘새로운 정치인’ 이미지를 가꿔 온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선두자리를 굳혀 가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급소를 겨냥했다. 그는 힐러리 의원이 “최근 국방부에 이라크 철군 방안을 문의했다”고 말한 부분을 물고 늘어졌다. 힐러리 의원은 2002년 말 이라크전쟁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져 이 부분이 ‘아킬레스건’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2004년 상원에 진출한 오바마 의원은 이 표결 문제에서 자유롭다.

오바마 의원은 “힐러리 의원이 철군 방안을 물었지만 이는 미국이 이라크라는 수렁에 빠지기 전에 던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편 한 누리꾼은 자신이 제작한 동영상을 통해 오바마 의원에게 “취임 첫해에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의 독재자를 만나 외교 현안을 풀겠느냐”고 물었다.

오바마 의원은 “당연히 만난다”고 답했다. 그러나 힐러리 의원은 “왜 독재자의 선전도구가 되어야 하느냐. 외교 노력은 펼치겠지만 만나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3위 주자로 알려진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도 “힐러리의 말이 맞다”고 말해 오바마 의원을 난처하게 했다.

▽돋보이는 후보들의 유머 감각=누리꾼의 질문에 후보자들의 돋보이는 응수도 많았다.

“아버지 부시(4년)→남편 클린턴(8년)→아들 부시(8년). 이제는 ‘부인 힐러리’인가요?” 한 질문자는 “(힐러리의 당선을 전제로) 왜 20년 넘게 두 가문이 번갈아 백악관을 차지해야 하느냐. 그래서야 워싱턴의 체질이 개선되겠느냐”고 물었다.

힐러리 의원은 웃으며 “그게 왜 내 책임이냐. 2000년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안 뽑혔으면 될 일을…”이라고 받아넘겼다. 방청석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에드워즈 전 의원은 “흑인이라 오바마가 싫다거나 여자라서 힐러리에게 표를 못 주겠다는 유권자라면 그들의 표는 거절하겠다”는 뜻밖의 대담한 발언도 내놓았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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