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한인여성 구금중 사망’ 재조사

  • 입력 2007년 6월 28일 03시 01분


지난해 9월 미국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 시의 불법 체류자 구금시설에서 숨진 한국인 여성 김영숙 씨 사건이 뒤늦게 미국 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토안보부 감사실이 불법 체류자 임시 수용소들에 대한 정기 감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 내 인권단체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김 씨 사건을 비롯한 2건의 사망 사건 재조사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26일 한 미국인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김 씨 사망 사실은 함께 있다 추방된 다른 여성들을 통해 수개월 뒤에야 알려졌다"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당국과 구금시설들이 췌장암 말기 환자였던 김 씨를 체포해 26일간 이송 및 구금하는 동안 암 환자라는 사실조차 몰랐던 경위, 고통을 호소할 때 적절한 치료를 했는지는 국토안보부 감사실 조사국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폐 의혹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 본보 확인 결과 교도센터는 김 씨가 숨진 직후 로스앤젤레스 한국 총영사관에 사망 사실을 통보했다.

본보도 김 씨 사망 1주일 뒤 앨버커키 수용소(교도센터) 르포를 통해 김 씨 사망 사실을 취재해 보도한 바 있는데(2006년 9월 25일자 A1·4면 참조) 당시 교도센터 측은 김 씨 사망 사실을 숨기려는 태도는 아니었다.

▶2006년 9월 25일자 A1·4면 참조

▶ [뉴아메리칸 드림의 명암]‘성매매 한국여성’ 15명 인터뷰

▶ 서울 신종매춘, 하루면 ‘미국의 밤’ 물들여

사망 당시 58세였던 김 씨는 지난해 8월 15일 이민세관국(ICE)과 연방수사국(FBI) 등이 워싱턴, 뉴욕 등에서 벌인 한인 성매매 업소 일제 단속 당시 70여 명의 한인 여성과 함께 체포됐다. 성매매와는 무관하게 마사지 업체에서 빨래와 밥을 해 준 게 전부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 때문에 잡혀 온 것.

김 씨는 경찰 조사를 거쳐 체포된지 보름만인 8월 31일 다른 15명의 한인 여성과 함께 커넬컴퍼니라는 민간회사가 위탁 운영하는 앨버커키 교도센터로 이송돼 재판을 받으며 추방 절차를 기다리다 9월 11일 숨졌다.

당시 함께 수용된 여성들은 김 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꾸 아프다고 말했으며 9월 7일부터는 "아무것도 못 먹겠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그중 L 씨는 당시 기자에게 "김 씨가 재판에 다녀오더니 '언니, 나 죽겠어, 다리가 부었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배가 불룩하고 밥도 못 먹고 얼굴이 노랗고 황달 기운이 역력했고 그때서야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말한 바 있다.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김 씨는 췌장암 말기로 48시간 정도밖에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고 결국 다음 날 낯선 땅 병실에서 외로이 숨졌다.

중환자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폴 하버라잉 수용소 부소장은 "김 씨가 고통을 호소한 직후 병원으로 옮겼고 최선을 다해 치료했다"며 "그가 병원에서도 가족들에게 알리기를 거부해 결국 직원들이 김 씨의 사물을 뒤져 가족들에게 연락했지만 이미 숨지고 난 뒤였다"고 주장했다.

뒤늦게 연락을 받고 온 김 씨의 아들은 자신은 모친이 암에 걸린 상태임을 알고 있었다며 시신 화장을 요청했다고 영사관 측은 전했다.

김 씨가 교도센터 인근 병원에서 진단받기 전에 자신이 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민세관국 자료를 인용해 미국 내 불법 체류 외국인 구금시설 수용자는 2만7500명에 이르며 2004년 이후 이 시설들에서 숨진 사람은 당초 알려진 20명보다 많은 62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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