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은 안했다니… 아직 희망 있어요”

  • 입력 2007년 6월 27일 03시 00분


캄보디아 PMT항공 추락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26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사고 현장으로 떠나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다. 인천=전영한  기자
캄보디아 PMT항공 추락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26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사고 현장으로 떠나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다. 인천=전영한 기자
본보 이세형기자, 실종자 가족과 함께 프놈펜 도착

비행기 안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몇몇은 신문을 읽기도 했지만 대부분 눈을 감고 있었다. 기내식도 거의 손대지 않았다.

26일 오후 1시 반경 중국 남방항공 항공기에 오른 한국인 실종자 가족 18명은 중국 광저우(廣州)를 거쳐 캄보디아 프놈펜까지 10시간 넘게 비행하는 동안 ‘기적의 생환’을 가슴에 새기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관광객 12명과 함께 실종된 현지 관광가이드 박진완(34) 씨의 아버지 박정규(66) 씨는 줄곧 두 손을 모은 채 기도했다.

“관광객들이 마지막까지 아들에게 의지하고 있을 거예요. 아들에게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박 씨는 아들이 20대 때 가수가 되겠다며 오랜 기간 방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들은 ‘밥퍼’ 목사로 유명한 다일공동체의 최일도 목사를 만나 봉사 활동을 하면서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

30세에 신학대학에 진학한 아들은 2년 전 캄보디아로 향했다. 선교 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아들은 그곳에서 불우한 이웃에게 음식을 나눠주며 캄보디아의 ‘밥퍼’ 전도사가 됐다.

아들은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았던 아들은 지난해부터 관광가이드로 나섰다. 그런 아들이 추락한 여객기에 타고 있었다니….

박 씨는 “아들이 선교 활동에만 전념했어야 하는데, 가이드를 한다며 이를 중단해 하나님에게 벌을 받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가는 이미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는 경기 파주시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다.

박 씨 등 실종자 가족들은 한국인 탑승객의 휴대전화에서 통화연결음이 확인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실낱같은 희망을 키워갔다.

부인(최찬례·49)과 딸(서유경·26)이 실종된 박희영(41) 씨는 “사고 소식을 접한 뒤 많이 걱정했지만 비행기가 정글에 떨어졌고 폭발이 없었다고 하니 분명 살아 있을 것”이라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육경건 이사는 “어제까지만 해도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안정을 찾은 듯 보인다”며 “회사 차원에서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가족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외교통상부 오갑열 재외동포 영사대사를 반장으로 한 정부의 신속대응팀도 같은 항공편으로 프놈펜에 들어갔다.

프놈펜에 도착한 가족들은 캄보디아의 한국대사관에서 현지 수색과 관련한 여러 소식을 들은 뒤 숙소로 향했다. 가족들은 27일 사고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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