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G8정상회담

  • 입력 2007년 6월 5일 19시 21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주요 8개국(G8) 정상들이 6일 독일 북부 발트해 연안 휴양지 하일리겐담에 모인다.

이번 G8 정상회담에선 기후 변화와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기지 건설 계획 같은 민감한 의제들이 다뤄질 예정이다. 참가국 정상들은 각각의 의제에 있어서 자국의 입장을 미리 못 박으려는 듯 개최 전부터 장외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다. 각국 정상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부시와 푸틴의 속셈=이번 회담에서 가장 수세에 놓인 인물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다. 소극적인 지구 온난화 대책에는 유럽 국가들로부터,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 계획에는 러시아로부터 거센 공격이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은 유엔의 주도 아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제안을 분명히 거절했다. 그는 대신 '15개국이 별도 모임을 갖고 자체적인 감축 계획을 세우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이번 회담에서 가급적 이 문제를 피해가겠다는 속셈으로 해석된다. 부시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인권 문제, 이란 지원 문제 등을 건드림으로써 MD 문제에 '물타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MD 계획을 주요 의제로 부각시킬 태세다. 이를 위해 "유럽을 타깃으로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초강수를 던졌다.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위상과 영향력을 키우려는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엔 자국 내 정치력을 유지하려는 노림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푸틴 대통령은 법에 따라 두 번째 4년 임기가 끝나는 내년 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런 상황인 만큼 '미국 발 위협'을 비상 상황으로 부각시킴으로써 개헌을 통한 재집권을 노리거나, 정권 연장에 실패하더라도 정치적 지위는 유지하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메르켈과 사르코지의 제휴=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조용하고 실용주의적인 외교'역량을 이번 회담에서 또 다시 평가 받을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는 회담 의장으로서 기후변화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내놓았다. 미국을 거세게 몰아붙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기 위해선 MD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지나치게 부각되지 않도록 조절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메르켈 총리는 '직설적인 발언'이 특징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1990년 수준의 50%로 감축한다'는 메르켈 총리의 제안에 찬성한다.

이번 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심는 것. 그는 부시 대통령, 푸틴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갖고 기후 변화, 미사일 문제, 러시아 인권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번 회담을 끝으로 국제무대에 고별을 선언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별다른 역할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옵저버로 참가하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4일 정부가 내놓은 '지구온난화 방지 종합 대책'을 들고 중국의 기후변화 대책 노력을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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