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 잡아야 백악관 입성” 빅매치

  • 입력 2007년 6월 5일 03시 03분


3일 미국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 인구 약 10만 명으로 평소 조용한 이 도시가 아침부터 떠들썩했다. 시내 주요 호텔은 대부분 예약이 끝났고, 오후 들어 일부 도로에서는 교통체증까지 빚어졌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이곳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모여든 취재진의 카메라를 겨냥해 각 후보 지지자들은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후보 이름을 연호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등 후보들은 이른 아침부터 시내를 샅샅이 돌아다니면서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들은 전에도 틈만 나면 뉴햄프셔에 들렀다.

○시내 돌며 표심잡기 치열

촌각이 바쁜 대선후보들이 인구가 123만여 명에 불과한 뉴햄프셔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뉴햄프셔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대통령 당선은 물 건너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곳은 대선에서 ‘족집게’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명이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승리를 계기로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뉴햄프셔가 전통적으로 가장 먼저 항상 당내 후보를 결정하는 프라이머리를 치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3일 토론회가 열린 세인트앤설름대에서 만난 트레이시 윌린스키 씨는 “우리는 항상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를 뽑아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당원들만 참여하는 코커스(대선후보 지명 당원대회)는 아이오와 주가 뉴햄프셔보다 1주일 먼저 한다.

○매서운 공격과 폭소 병존

이날 토론회에서는 힐러리 상원의원과 오바마 상원의원 등 ‘빅2’에 대한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의 공격이 매서웠다.

그는 “지난달 철군 일정 없이 이라크전쟁을 지원하는 법안에 대해 상원에서 조용히 앉아 있다가 투표한 의원이 있었다. 내가 지금 누구 얘기를 하고 있는지 다 알 것”이라며 ‘빅2’를 겨냥했다.

그러자 오바마 의원은 에드워즈 전 의원이 2002년 이라크 파병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 “존, 당신은 이 문제에 대해 올바른 지도력을 보여 주는 데 4년 반이나 걸렸다”고 받아쳤다.

힐러리 상원의원은 “이라크전쟁은 ‘부시 전쟁’이다. 지금의 대테러전은 정치적 선전에 불과한 것”이라며 조지 W 부시 책임론으로 화제를 돌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모든 후보자에게 ‘만약 당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어떻게 활용하겠느냐’는 질문을 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스핀룸(spin room)의 뜨거운 열기

오후 9시경 약 두 시간에 걸친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2차 전선’은 프레스룸 옆에 마련된 스핀룸으로 이어졌다. 스핀룸은 각 후보 진영이 토론회 직후 기자들에게 토론회 결과 등을 설명해 주는 개별 브리핑. 때론 대선후보가 직접 나서기도 하지만, 대개 후보 진영 참모들이 자신들의 이름과 직책을 적은 피켓을 들고 기자들을 공략한다.

이날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의 부인인 엘리자베스 에드워즈 씨였다.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그녀는 이날 “오늘 토론회 포맷은 1분 등 기계적인 시간 제약을 두지 않아 남편에게 유리했다.

토론회를 통해 미국인들이 남편을 더 신뢰하게 됐다”며 30분 넘게 기자들을 상대로 열변을 토했다.

스핀룸은 철저히 부익부 빈익빈이었다. 힐러리, 오바마 의원, 에드워즈 전 의원 등 ‘빅3’ 참모들에게는 기자들이 몰려들었지만, 마이크 그레이블 전 상원의원 등 마이너 후보들은 후보가 직접 나섰음에도 기자들이 큰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반도 관련 정책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스핀룸에서는 외교통인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부시 행정부는 ‘정권교체’라는 바보 같은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북한이 핵무기를 더 많이 만들게 하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민주당의 두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힐러리와 오바마 상원의원 후원금 모금행사를 몇 개월 간격으로 주관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미 언론보도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26일 뉴욕에서 힐러리 상원의원의 후원금 모금행사를 주관한 데 이어 수개월 내에 오바마 상원의원을 위한 후원금 모금 행사도 주관할 예정이다.

맨체스터=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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