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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7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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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 해운업계는 중국 해운업체와 유럽의 대형 해운업체 사이에 끼여 갈수록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 해운업은 2005년 기준으로 연간 191억 달러를 벌어들여 반도체(300억 달러) 자동차(272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외화(外貨)를 벌어들인 ‘효자 업종’이어서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전체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중국해운 세계 6, 7위… 한국 앞질러
6일 프랑스 해운통계조사기관 AXS-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중국 해운사인 차이나시핑과 코스코의 올해 1월 말 컨테이너 선복량(화물적재량)은 각각 40만6017TEU(1TEU는 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와 39만331TEU로 세계 6위와 7위에 올랐다. 두 회사는 7년 전인 2000년과 비교하면 각각 연평균 24.5%와 10.0% 성장했다.
반면 2000년 세계 4위였던 한진해운은 같은 기간 세계 연평균 성장률(12.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2%의 성장률을 보이며 8위로 내려앉았다. 현대상선도 15위에서 18위로 3계단 떨어졌다. 1월 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컨테이너 선복량은 각각 34만9805TEU와 16만8998TEU에 그쳤다.
1997년 15척의 선박으로 초라하게 출발한 중국 국영해운사 차이나시핑은 10년 만에 260여 척의 대선단을 보유한 해운사로 급팽창했다. 중국 정부의 보호를 받으면서 2004년 홍콩 증시에 상장해 확보한 자금 10억 달러로 선박을 대거 사들인 결과다.
세계 10대 해운사 중 가장 선령(船齡)이 낮은 이 회사는 2010년까지 세계 빅5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스코 역시 지난해 순이익이 100억 위안(약 1조2000억 원)을 넘어 3년 연속 ‘순이익 100억 위안’ 금자탑을 쌓았다.
○ 매출 늘어도 영업이익 줄어 속 빈 강정
반면 한국 해운 업체들의 2006년 성적은 초라하다. 열심히 장사를 하고도 이익을 거의 못 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각각 8.7%와 5.3% 증가한 6조 원과 4조7000억 원.
하지만 실속은 없었다. 한진해운의 영업이익은 1491억 원으로 전년(5728억 원)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현대상선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4664억 원에서 971억 원으로 급감했다.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 머스크, MSC, CMA-CGM 등 빅3 선사 및 중국 해운사들과 경쟁하면서 운임단가를 내린 게 직격탄이었다.
○ 서비스 수준 높여 차별화해야
국내 해운사들은 한국 해운의 추락 원인을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경영 환경에서 찾는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제시한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해 새롭게 선박을 발주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보유한 선박마저 팔았다”고 지적했다.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협을 넘어서 ‘순항’하려면 몸집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차별화된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황진회 책임연구원은 “운임이 다소 비싸도 중국보다는 한국 해운기업을 찾는 화주(貨主)들을 위해 서비스 수준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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