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특공대’ 공포…미군 행세 이라크 저항세력 폭탄세례

  • 입력 2007년 1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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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80km 떨어진 시아파 성지 카르발라에서 20일 발생한 한 건의 습격사건이 미군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한 이라크 저항세력이 미군 차량을 타고 미군 복장을 한 채 영어까지 구사하면서 경비를 따돌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 정규군 특수부대를 연상케 하는 이 공격을 놓고 현지 미군은 2003년 이라크전쟁 이래 가장 지능적이고 대담한 공격이라고 보고 있다.

습격당한 청사 외곽 경비를 담당했던 이라크 경찰들은 “신형 미군 군복에 미국제 소총을 든 9∼12명이 타고 있었다”면서 “영어를 구사하는 데다 한 명은 금발이어서 미군임을 의심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청사에 도착하자마자 정문과 후문을 통해 수류탄 세례를 퍼부었다. 이 바람에 미군 1명이 죽고 3명이 부상했다. 이어 이들은 청사에서 2명, 마당의 다용도 차량인 험비에서 2명 등 모두 4명의 미군을 포로로 잡고 군용 컴퓨터까지 탈취해 달아났다.

이들을 추격한 미군은 현장에서 40km가량 떨어진 곳에서 파괴된 차량들을 발견했다. 차량 내 미군 4명 중 3명은 숨진 채로 발견되고 머리에 총상을 입은 한 명은 후송 중 사망했다.

현지 미군 고위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이란 정보기관이 자국 내에서 키워낸 이라크 마흐디 민병대원들의 소행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현지 미군은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5명이 희생되고 3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충격적인 사건의 전모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이라크 바그다드를 전격 방문한 26일 미 언론의 취재에 의해 드러났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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