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부시 대통령이 이날 밤 50분 동안 550줄 분량의 긴 연설문을 읽어 내려가면서 북한을 거론한 부분은 단 한 문장. 그는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의 파트너와 함께 집중적인 외교노력을 추구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2001년 취임한 부시 대통령은 2002년을 시작으로 6년째 국정연설을 했다. 그러나 올 연설에 담긴 북한관(觀)은 표현이 짧고, 긍정적 외교노력이 거론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연설을 들은 한 외교관은 “비판적인 표현을 쓰지 않기로 작심한 게 보인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을 다룬 외신기사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빠른 해결을 희망했다”(AFP통신)는 정도의 분석만 눈에 띄었다. 북한 말고도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나, 쿠바 짐바브웨의 독재정권 이야기도 “뺄 수 없어서 넣었다”는 인상을 줄 만큼 최소한만 언급됐다.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와 최악의 지지율(35%)을 고려할 때 ‘낮은 포복’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속내를 읽을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그의 ‘수사학’을 통해 대외정책을 가늠해 보는 방향타나 다름없었다. 2002년 연설에서 이라크 이란 북한을 묶어서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묘사했을 때도 안보전문가들은 이라크전쟁이 임박했음을 예감할 수 있었다.
지지율이 50%를 넘었던 집권 1기에 한 국정연설에서 그는 자신의 북한관을 유감없이 표현했다. 평양정권을 묘사하면서 ‘무법자 정권’(outlaw regime·2003년), ‘가장 위험한 정권’(the most dangerous regime·2004년)이라는 자극적 표현을 서슴지 않고 사용했다.
당시에 비할 때 표현부터 한발 물러선 부시 대통령의 ‘북한 핵 숨고르기’는 진행 중인 북-미 간 의기투합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2002년 10월 2차 핵 위기가 터진 이후 4년 내내 맞서 온 두 나라는 베를린 회동을 기점으로 ‘합의도출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최근 “북-미 양국이 상호 양보를 통해 ‘작은 것’에 합의하려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상호불신이 깊은 만큼 큰 타협은 어렵지만 작은 합의 도출을 통해 상대의 속마음을 파악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런 차분한 북한정책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다른 소식통은 “향후 6자회담에서 금융제재 해제 및 영변 핵시설 동결과 같은 방식의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실제 이행과정에서 드러나는 북한의 핵 포기 의지에 의구심이 생길 경우에는 얼마든지 강경한 원칙으로 되돌아갈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사상 첫 “마담 스피커” 소개… 64차례 박수▼
‘지난 수십 년간을 통틀어 가장 곤경에 처한 대통령의 국정연설’로 주목받았던 23일 연두 국정연설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애써 부드러운 수사(修辭)에 치중했다. 하지만 이대로 이라크를 포기한 채 레임덕으로 빠져들 수는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곳곳에 담았다.
○…부시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에 대한 치하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국정 연설의 일성을 ‘마담 스피커(하원의장)’라는 호칭으로 시작한 첫 대통령이 되는 특권을 누리게 됐다”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악수를 건넸다.
야당의 다수당 장악을 축하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민주당도 적극적인 박수로 화답했다. 연설 도중 32차례의 기립박수를 포함해 64차례나 박수가 나왔다. 40초에 한 번꼴로 박수를 받은 셈이다.
하지만 연설 내용에 따라 기립박수의 주체가 엇갈리기도 했다. 이라크 추가 병력 파견에 대한 대목에선 공화당 의원들만 일어나 박수를 쳤다. 연단 뒤 의장석의 딕 체니 부통령(당연직 상원의장)은 기립박수를 친 반면 펠로시 하원의장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반면 세금 인상 없이 균형예산을 이루겠다는 말이 나올 때는 양당 의원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이 실패할 경우 고통스럽고 광범위한 후유증이 뒤따를 것”이라며 “모든 가능한 접근법을 협의한 뒤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미군 증강이란 대안을 선택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의회 내 양당 지도자들로 구성된 대테러전쟁 특별자문위원회 구성을 제의했다. 국방력 강화를 위해 2012년까지 육군과 해병대 병력 9만2000명을 늘리도록 승인해 달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그는 국내 정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뒤늦게나마 ‘환경지킴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향후 10년간 자동차 연료소비효율 기준치를 매년 높이고 대체연료 의무사용량을 지금의 5배 수준으로 강제로 확대하는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반박 논평을 통해 “미국을 무모한 이라크전쟁으로 더 깊이 끌고 들어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원 국제관계위는 24일 이라크정책 반대 결의안을 투표에 부칠 예정이며 하원의 민주당 지도부도 반대결의안 초안을 이미 작성한 상태다.
반면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인 버락 오바머 상원의원은 “에너지, 건강보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