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륙 앞으로” 중국車, 미국시장으로 힘찬 시동

  • 입력 2007년 1월 12일 2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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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업계가 일본산 자동차를 우습게 보던게 불과 몇 년전이다. 일본차에게 당하고 나서는 한국 차를 우습게 보다 당했다. 이제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다가오고 있다."(미국혼다자동차 존 멘델 부사장 최근 미국 언론들과의 회견에서)

세계 무역전쟁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자동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도요타가 자동차 종가 포드를 제치고 미국내 판매량 2위로 올라선데 이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 진출의 시동을 걸었다.

12일 미국 '자동차뉴스데이터'가 최종집계한 지난해 판매현황(표 참조)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업체들은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고 현대자동차는 정체상태를 보였다.

▽미국 진출 시동건 중국 차= 7일 개막한 100년 역사의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미국 언론의 눈길은 중국 국영 창펑자동차사의 쇼룸에 쏠렸다. 창펑자동차는 4기통 디젤엔진을 얹은 SUV 라이바오 CS6를 비롯해 4종의 차를 내놓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지 언론들에 "CS6 모델은 미국의 안전·환경 기준에 맞는다"며 "2008년도 미국 시장 판매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모터쇼에 참석한 질리 자동차가 중남미 시장 진출을 1차 목표로 설정했던데 비해 창펑자동차는 미국 진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 중국업체들의 미국 진출은 직접 판매와 국제 브랜드에 편승하는 방법 두가지로 추진되고 있다.

직접 판매망 구축은 스바루와 유고를 미국에 들여온 바 있는 거물 자동차 판매상인 말¤ 브릭클린 씨가 벌이고 있다. 미국내 거래상들이 주저하고 있어 진전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2009년부터 미국에서 중국차를 팔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국제브랜드를 이용한 진출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앞장서고 있다. 크라이슬러 그룹은 중국의 체리자동차와 신형 소형차 생산을 위한 의향서에 서명했다.

중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상하이자동차는 GM은 물론 폭스바겐과도 합작을 하고 있다. GM의 시보레는 이미 중국에서 만든 엔진을 탑재해 미국에서 팔고 있다.

▽현실적 위협될까= 물론 아직은 중국 차의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다.

현대 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모터쇼에 출품된 중국 차를 보면 1980년대 수준"이라며 "중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환경·안전기준에 부합하는 차를 만들어 진출하려면 3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중국자동차의 디자인과 몸체구조는 선진자동차회사에 비해 5년에서 10년 정도 뒤떨어져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당장은 아닐지라도 수년~10년내에 중국업체들이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데는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경제분석전문업체인 글로벌 인사이트의 레베카 린드랜드 씨는 "중국산 자동차는 당장은 아닐지라도 결국 현실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며 "언제까지나 모래속에 머리를 묻고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AP-AOL의 여론조사에서 미국 소비자 가운데 49%가 중국 차가 판매될 경우 구매할 용의가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35세 이하에선 긍정적 대답이 70%에 달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이제는 워낙 생산기지가 세계화되고 업체들의 국적이 모호해져 어느 나라 제품이냐 보다는 어느 브랜드인지, 그리고 품질 대비 가격이 어떤지를 갖고 차를 선택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창펑자동차 회사의 노동자 월급 평균은 300달러로 미국 자동차업계 노동자 월평균 임금 4800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한편 크라이슬러가 중국차를 크라이슬러 판매망을 통해 내놓을 경우 미국 자동차 업계 빅3의 연대가 깨진다. 미국내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져 애꿎게 한국 일본 업체들도 규제의 몽둥이를 맞을 우려가 있다는게 워싱턴 경제소식통들의 우려다.

▽한치 앞을 내다 보기 힘든 자동차업계= 워싱턴의 경제소식통은 12일 "중국 외에 인도 자동차 산업의 약진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업체들은 최근 한국 시장에 버스를 수출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끝낸 상태다.

선두그룹도 변화가 심하다. 지난해 포드를 제치고 미국내 판매2위를 기록한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미국 업체들의 마지막 보루인 픽업트럭과 스포츠카 시장을 겨냥한 새 모델들을 이번 모터쇼에 내놓았다. 포드는 10억달러를 들여 브라질 업체를 인수할 계획이며, 닛산도 미국 업체들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업체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GM과 포드는 앞으로 각 12개와 14개 공장을 폐쇄하고, 10만여 명을 순차적으로 해고할 계획이며 크라이슬러는 3년간 1만여 명을 줄인다.

도약은 어려워도 쇠퇴는 순식간이란게 미국 자동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분석가는 는 "마츠다와 미츠비시는 이제 20만대와 10만대 수준의 중하위 업체로 밀려났고 독일을 제외한 유럽산 차들은 미국 거리에서 거의 찾아보기도 어려워졌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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