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차베스 ‘영구집권의 꿈’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임기 6년에 중임(重任)만이 허용된 헌법을 고쳐 ‘무제한 대선 출마’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10일 발표했다. 그는 중단 없는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야당과 일부 언론은 “쿠바식 영구집권체제를 노리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그는 또 석유에 이어 통신과 전력 가스 등 국유화를 확대해 파문이 일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베네수엘라식 ‘21세기 사회주의’ 도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식 연설 도중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흉내 내 “조국과 사회주의 아니면 죽음을!”이라고 맹세했다. 그는 또 오른쪽 어깨에 걸었던 삼색 대통령 휘장을 왼쪽 어깨로 옮겨 에너지 부문 국유화 등 좌파적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예수야말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회주의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으로 개헌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나올 개헌안에는 △대통령 연임제한 폐지 △사회주의로의 체제 전환 가속화 △국가자산 매각 금지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개헌 특별위원회’는 의회로부터 권한 위임을 받아 활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집권당인 ‘제5공화국 운동당(MVR)’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위원회는 친(親)차베스 인사들로 구성돼 차베스 대통령의 의도가 반영된 개헌안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차베스 대통령이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처럼 장기집권을 노리고 있다는 야권의 비판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차베스 대통령의 개헌 발언에 야당 지도자 오마르 바르보사 씨는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결과를 통해 마치 백지수표라도 받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지 언론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권에 우호적인 일간 엘문도는 “사회주의가 도래했다”며 환영했다. 반면 야당지인 탈쿠 알은 ‘군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는 20세기 사회주의 운동의 독재적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차베스 대통령은 10일 “천연가스 부문에 대해 국가 통제권을 강화하겠다”며 국유화를 시사했다.

차베스는 지난해 3월에는 석유시설 국유화를 단행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8일 최대 통신업체 CANTV와 전력업체를 국유화하고 중앙은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국유화 확대에 대해 국제 투자자들과 미국 정부는 거세게 반발했다.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역사적으로 실패로 증명된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CANTV의 주식 거래가 일시 중단될 정도로 카라카스 증시는 이틀간 대폭락했다. 하지만 10일 국유화 대상 업체에 대한 보상계획도 함께 발표돼 증시는 급상승세로 반전하기도 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대선-총선 동시 실시’ 그루지야도 개헌론▼

‘장미 혁명’의 주역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10일 대선과 총선 시기를 일치시키기 위해 개헌을 제안했다.

그는 10일 “지금 헌법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며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를 동시에 실시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루지야는 사회주의 해체 이후인 1992년 헌법위원회를 구성해 그루지야가 옛 소련에 흡수되기 직전의 헌법을 일단 복원했다. 그 후 그루지야는 행정부의 권한을 놓고 3년간 논쟁을 벌인 끝에 1995년 헌법을 개정했다. 새 헌법은 대통령이 의회의 동의 없이 총리와 내각을 임명하면서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가 5년, 국회의원 임기가 4년으로 엇갈려 대통령이 임기 중간에 수시로 견제를 받아 왔다. 현행 헌법으로 차기 대선은 2009년, 총선은 2008년 치러진다.

러시아 언론들은 2003년 민주화 운동인 장미 혁명으로 집권한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실정을 만회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화운동 세력을 행정부에 배치해 형제 국가이던 러시아와 사사건건 대결한 결과 러시아 내 그루지야인 추방, 천연가스 가격 인상 등의 보복을 받았다. 민주화운동 이전에 두 자릿수였던 경제성장률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게다가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2005년 ‘대통령 여비서 임신 사건’ 등 각종 스캔들로 정치적 수세에 몰렸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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