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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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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6시(한국 시간 오후 7시) 시작된 베네수엘라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차베스 대통령의 단순한 승리 여부가 아니다. 그보다는 야권 후보인 국민동맹 소속 마누엘 로살레스 후보가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의 공통된 지적이다.
중남미 반미(反美) 전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좌파 포퓰리스트 차베스 대통령은 자신이 30% 이상 득표 차로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8년간 집권한 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나라 이름을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혁명 공화국’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오일 달러를 이용해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차베스식 사회주의’를 확산시키겠다는 얘기다.
차베스 대통령이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한 후 취할 행동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현지 언론은 로살레스 후보가 최소한 40% 안팎의 득표율을 올려야 차베스 대통령의 영구집권 프로젝트를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들은 로살레스 후보 측이 선거 막판에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선 이후의 정국 불안을 우려한 시민들이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 칼데론 신임 대통령의 ‘도둑 취임식’
칼데론 대통령 당선자가 1일 6년 임기의 멕시코 신임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그런데 정상적인 취임식이 아니었다. 취임식장인 의사당에는 뒷문을 통해 몰래 들어갔다. 취임식 시간도 6분에 불과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야당 의원들이 지난달 28일부터 의사당을 점거해 취임식 저지에 나섰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비센테 폭스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 스페인의 펠리페 왕자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축 특사가 참석했지만 행사장은 뒤숭숭했다. 야당 의원들의 야유와 호각소리가 취임식 내내 이어져 칼데론 신임 대통령의 취임선서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을 정도다.
취임식이 끝난 뒤의 멕시코시티 분위기는 오히려 야권 세력이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멕시코시티 중심부의 레포르마 거리에서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고, 저항정부를 구성한 좌파 진영의 민주혁명당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행진을 지휘했다.
취임식 날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멕시코 페소화가 급락하기도 했다. 그러자 칼데론 대통령은 ‘조직 범죄’에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겉으로 보기엔 멕시코 치안 불안을 잡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정부 권위를 훼손하는 좌파 지지자들의 불법 행위를 겨냥한 것이다. 이래저래 멕시코 정국의 대치 국면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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