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어스 때문에 바레인 왕족사치 들켰네”

  • 입력 2006년 11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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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어스로 본 바레인의 한 지역. 모래사막에 울창한 숲을 조성한 것이 눈길을 끈다. 사진 출처 구글어스
구글어스로 본 바레인의 한 지역. 모래사막에 울창한 숲을 조성한 것이 눈길을 끈다. 사진 출처 구글어스
《강화도 면적의 2.5배 정도에 불과한 중동의 소왕국 바레인이 위성 사진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 구글어스(earth.google.com)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보도했다. 요즘 바레인 국민의 ‘소일거리’는 구글어스를 통해 자기 나라를 구경하는 것. 왕족이 국토의 80%를 소유한 부익부 빈익빈의 모순을 이들은 구글어스를 보며 깨닫고 있다. “왕족 아무개의 정원과 요트 계류장, 수영장은 정말 호화롭기 그지없다” “어떤 왕궁은 인근 마을 3∼4개를 합친 것보다 더 크다. 왕궁 때문에 바다에 나가는 길이 막혔다”등등 불만은 끝이 없다.》

물론 바레인 국민이 이전에도 현실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높은 담장에 막혀 직접 눈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구글어스는 왕족들의 땅이 얼마나 되고 어떻게 사는지, 그들 때문에 자신의 삶은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국민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당연지사. 바레인은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과 비슷한 1만5000달러 정도지만, 왕족의 재산을 제외하면 집 없는 가난한 사람이 많다. 국민의 60% 이상은 시아파이지만 하마드 알할리파 국왕은 수니파다.

각료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왕족은 언론과 정보기관, 학계를 모두 통제하며 지금까지 평온하게 국정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인터넷과 위성TV가 등장하면서 평온에 금이 가고, 국부의 공평한 분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론이 악화되자 바레인 정부는 사생활 침해를 구실로 올해 초 구글어스를 차단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많은 사람이 파일로 된 지도를 e메일로 주고받기 시작했고, 어떤 사이트는 접근 차단을 해제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했다.

바레인에서는 25일 민주적인 새 헌법에 따른 첫 의회 및 지방선거가 진행됐다.

새 헌법 역시 4년 전 인터넷 사이트 ‘바레인 온라인’이 주도한 의회선거 보이콧 운동의 결과물이다. 바레인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보름 전 25개 사이트를 차단했지만 이 중 하나인 ‘바레인 인권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사람은 평소보다 오히려 3배 이상 늘었다고 FT는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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