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삐걱… 불똥은 보잉사로?

  • 입력 2006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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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이란 비확산법’ 위반 혐의로 러시아 방위산업체를 제재하자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해 양국 관계가 경색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4일 러시아 국영 무기수출회사인 로스오보론엑스포르트와 전투기 제작사인 수호이가 이란에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공급했다며 미 정부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7일 “이번 제재는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스오보론엑스포르트도 “우리는 이란과의 협력에서 국제 협약을 엄격히 준수하며 방위용 군사장비만을 공급했다”며 “미국의 조치는 러시아 방위산업의 약화를 노린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한발 더 나가 러시아가 곧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첫 표적으론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이 떠올랐다. 러시아 항공사들이 추진 중인 미국 보잉에서의 35억 달러어치 항공기 도입 사업이 취소되고 대신 유럽의 에어버스로 도입처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호이가 보잉 등 3개 미국 기업과 진행 중인 단거리 항공기 공동제작 슈퍼젯(Superjet) 사업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아울러 러시아가 항공기 제작에 쓰이는 물질인 티탄을 보잉에 공급하는 것도 중단될 전망이다.

이즈베스티야는 “최악의 경우 러시아가 2009년 만료되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1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Ⅰ)을 대체할 새로운 협정 체결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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