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미로' 한국어, 전통있는 배려언어"…칼럼 美서 호응

  • 입력 2006년 7월 25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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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You'를 한국어로 표현하면?

귀하, 당신, 자네, 너.

상황과 직책에 따라 그 표현 방법이 다양한 한국어는 외국인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언어임이 틀림없다. 미 국무부가 (자국 외교관을 대상으로) 분류한 가장 배우기 어려운 세계 5대 언어중 하나에 포함될 정도니까.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중견 한국계 기자 코니 강(여·63·강견실) 역시 24일 칼럼을 통해 모국어인 한국어를 '언어의 미로(linguistic maze)'로 표현했다. 하지만 동시에 오랜 전통이 살아있는 언어이자 깊이 있는 언어라고 밝혔다. 한국만의 문화와 정서가 묻어나는 사례들도 함께 소개했다.

'Hi' 대신 "안녕하세요"를 사용한다는 한국계 미국인 학생 데이비드 모. 그는 상대의 안부를 묻는 이 인사말에서 보다 깊은 배려가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남편, 우리 엄마' 등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공동체적 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는 한국 사회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강 씨 역시 그 같은 한국적인 면을 자신도 지니고 있다고 술회했다.

자신의 절친한 백인 친구가 항상 통화 후 작별 인사성으로 하는 '사랑해(Love you)'란 말에 자신은 '우리도 그래(we do too)'라고 답해 왔다는 것. 친구로부터 그는 "'I'라는 말을 꺼려하는 건 너의 한국성(Korean thing)때문 아니냐"는 농담 섞인 핀잔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의 칼럼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었음에도 과감하게 1면 과 15면에 걸쳐 지면에 소개됐고 큰 반향을 얻었다.

딱딱하게 들렸던 한국어와 그 배경을 이제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전화에서부터 '재미있었다'는 평가까지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연합통신은 전했다.

강씨는 서울대 영문과 교수였던 아버지 덕택에 어렸을 때부터 한국 문화와 함께 영어를 배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1961년 도미한 그는 노스웨스턴대를 졸업한 직후인 1964년 뉴욕 일간 '로체스터 데모크래트 앤 크로니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1992년부터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글을 자주 써 왔다.

김정안 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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