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도쿄]시부야 ‘퇴폐와의 전쟁’

  • 입력 2006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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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시부야 구가 ‘러브호텔과의 전쟁’에 나섰다. 전면 신축 금지라는 초강경 대책을 마련한 것. 한 러브호텔 앞에 각종 서비스와 요금을 알리는 대형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일본 도쿄 시부야 구가 ‘러브호텔과의 전쟁’에 나섰다. 전면 신축 금지라는 초강경 대책을 마련한 것. 한 러브호텔 앞에 각종 서비스와 요금을 알리는 대형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로 붐비는 도쿄(東京) 시부야(澁谷) 구 시부야역에서 수백 m 떨어진 마루야마(圓山) 정.

좁은 골목 안을 들어서자 서너 집 건너 한 집꼴로 러브호텔 간판이 즐비하다. 밝은 파스텔 색상과 독특한 외관으로 단장한 호텔 앞에는 각종 서비스와 요금을 알리는 입간판이 어지럽게 늘어서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고급주택지인 쇼토(松濤)와 이웃해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도쿄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러브호텔이 밀집한 곳으로 가장 유명한 마을인 이곳이 조만간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일대 정화작업을 추진해 온 시부야 구는 8일 구 전역에서 러브호텔 신축을 금지하는 조례를 구의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시부야 구는 지난해 가을 이곳에 50m² 넓이의 아동공원을 만들기도 했다. 아동공원 주변 100m 이내에서는 호텔영업을 할 수 없다는 법규정을 이용해 러브호텔 확산을 견제하려 한 것.

하지만 이런 미지근한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전면 신축 금지라는 초강경 대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성문화가 개방적인 일본에서 시부야 구가 ‘러브호텔과의 전쟁’에 나선 것은 불법 퇴폐영업이 끊이지 않는 데다 일부 러브호텔이 폭력조직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마루야마 일대의 러브호텔은 80∼100개로 추산되나 법에 따라 경찰에 신고를 한 곳은 10여 개에 불과하다.

신고를 하지 않은 러브호텔 중 일부는 매춘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또 교복 차림의 중고교생도 출입을 막지 않아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마루야마가 러브호텔의 상징이 된 것은 1990년대부터. 특히 명문대를 나온 도쿄전력의 간부급 여성이 1997년 야간에 이곳에서 매춘하다 살해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마루야마는 더 유명세를 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마루야마는 요정과 게이샤의 마을이었다.

‘어머니는 될 수 있어도 아내는 될 수 없는’으로 시작하는 미요시 에이지(三善英史)의 1973년 히트곡 ‘둥근 산(圓山), 꽃마을, 어머니의 마을’의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시부야 구는 마루야마에서 퇴폐영업을 하는 러브호텔을 쫓아내는 대신 이곳을 음악카페와 바 등이 밀집한 ‘젊음과 음악의 거리’로 변신시킬 계획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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