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주 반툴 시의 한 마을에서 지난달 29일 있었던 결혼식 풍경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커플은 원래 지진이 발생한 지난달 27일 오전 10시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을 고대하던 두 사람 앞에는 끔찍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혼식을 4시간 앞둔 오전 5시 54분 지진이 들이닥친 것.
신부 엔다흐 퍼완티 씨는 목욕을 하던 중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혼비백산했다.
그는 “그나마 수건을 챙길 수 있었으니 망정이지 결혼식 날 벌거벗고 밖으로 뛰쳐나올 뻔했다”며 “정말 악몽 같았다”고 말했다.
집 밖에 나와 마을을 둘러보니 폐허로 변해 있었다. 2000여 명이 살던 마을에서 54명이 숨지고 375명이 다친 것이었다. 신부의 친척 가운데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신부 측은 원래 900명을 초대해 큰 파티를 열 계획이었으나 애써 준비한 음식은 모두 쓰레기 속에 파묻혀 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5개월이나 준비해 온 결혼식을 포기할 수 없었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신랑과 먼지 낀 면사포를 쓴 신부의 결혼식은 하객의 박수 속에 조촐히 진행됐다. 첫날밤은 동네 어귀에 세워진 임시 텐트에서 보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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