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손, ‘더러운 발’ 좀 씻어주오”

  • 입력 200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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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축구계가 독일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부패 수사라는 암초를 만났다. 특히 ‘축구 비리’ 특별수사팀을 이끌 인물이 범상치 않다. 1990년대 이탈리아 정치계를 흔들었던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 재판의 주역 프란체스코 보렐리(76·사진) 전 밀라노 검찰총장이 은퇴 4년 만에 전격 복귀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보렐리 전 검찰총장이 이탈리아 축구클럽 71개와 선수 41명, 심판 선정, 주세페 피사누 전 내무장관을 포함한 정치인들이 관련된 비리 사건의 수사를 총괄하게 된다고 25일 전했다.

이번 ‘더러운 발’ 수사는 2주 전 명문클럽 유벤투스의 루차노 모기 전무이사가 유벤투스의 국내 및 유럽 지역 경기 때 심판 선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하는 전화 도청 자료가 흘러나오면서 시작됐다.

이어 부패와 비리가 이탈리아 축구계에 퍼졌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AC밀란과 인터나치오날레, 라치오, 파리마 등의 클럽들도 대진 편성으로부터 이적료 수입 은닉에 이르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모기 전무이사는 말을 듣지 않는 심판 한 명을 탈의실에 가둔 뒤 납치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특히 특별수사가 마르첼로 리피 축구대표팀 감독과 잔루이지 부폰 주전 골키퍼에게까지 미치면서 월드컵 준비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유벤투스 소속의 부폰 골키퍼는 자신이 뛴 경기를 놓고 도박을 벌인 혐의다.

유벤투스는 자칫 1부 리그에서 탈락하고 지난 2년간 획득한 우승 기록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보렐리 전 검찰총장이 주도한 ‘깨끗한 손’ 재판은 3200명에 이르는 이탈리아의 거의 모든 정치인과 기업인을 법정에 세웠으며 고위 기업 간부 2명은 재판 대신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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