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정계스캔들 엘리트주의 탓”

  • 입력 2006년 5월 16일 03시 03분


코멘트
최근 프랑스 정가를 강타한 ‘클리어스트림 스캔들’은 소수 엘리트가 정계와 관계, 재계를 장악하고 있는 프랑스 특유의 엘리트주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는 국립행정학교(ENA) 동문들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이번 스캔들의 주요 배경으로 지적됐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15일 “전현직 장관과 판사, 기업인은 물론 대통령까지 연결되는 ENA 동문들의 밀착 관계가 이번 스캔들의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IHT는 2004년 ‘니콜라 사르코지가 비밀계좌를 갖고 있다’는 허위 제보를 수사 판사에게 보내 스캔들을 촉발한 것으로 지목된 장루이 제르고랭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부사장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제르고랭 부사장은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의 ENA 8년 선배다. 이 제보가 허위로 밝혀지면서 총리 측이 제르고랭 부사장을 내세워 ENA 출신이 아닌 사르코지 장관에게 타격을 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ENA 동문들의 네트워크는 이처럼 자주 ‘음모의 산실’이 된다고 IHT는 지적했다. 이런 평판 때문에 “이탈리아에 마피아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ENA가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오죽하면 ENA 졸업생을 일컫는 ‘에나르크(´enarque)’라는 단어까지 있을까.

ENA의 한 해 졸업생은 100명가량이다. 역대 총리 가운데 7명이 ENA 출신이며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ENA를 졸업했다. 사회당의 대권 주자인 세골렌 루아얄 의원과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제1서기는 드빌팽 총리의 동기생이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