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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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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합의는 이뤄질 수 있을까. 회담 첫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퇴장이 앞날을 시사한다. 프랑스 기업인이 영어로 연설한다는 이유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 덕분에 그는 “경제애국이라는 이름의 보호주의를 막아야 한다”는 연설을 듣지 않아도 됐다. 프랑스처럼 세상 변화를 외면하고 철밥통 보호에만 열을 올리는 나라를 월스트리트저널은 ‘닫힌 유럽’이라고 했다.
▷6년 전 EU 정상들은 “2010년까지 유럽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지식기반경제로 만들자”는 리스본전략을 채택했다. 합의대로라면 노동시장 유연화, 교육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서비스시장 개방이 진작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사회정의’라는 편리한 잣대를 들이대 개혁을 거부하는 ‘대중의 벽’ 때문에 EU 경제는 국민소득, 고용과 생산성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미국의 1970년대 말 수준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합의한 신(新)리스본전략에선 ‘유럽을 가장 경쟁력 있는 경제로’라는 목표가 아예 빠졌다.
▷이번에도 EU 정상들의 꿈은 이뤄지지 않을지 모른다. 유럽은 더 추락해야 정신 차린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래도 EU 정상회의는 의미가 있다. 세계화시대의 경제해법을 보여 줘서다. 기업하기 좋은 노동 유연성에 교육과 훈련을 결합시킨 ‘유연안정성(Flexicurity)’정책이면 성장과 일자리는 따라온다고 했다. ‘제3의 길’ 이론을 제공한 영국의 경제학자 앤서니 기든스도 “유럽사회모델은 지속할 수 없다”고 했다. 엉뚱하게 우리나라만 거꾸로 달리고 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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