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서울대 다른 논문도 조작 의혹”

  • 입력 2005년 12월 2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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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과 25일 세계 외신들은 황우석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사이언스 논문 조작 파동을 1면 주요 기사로 다뤘다.

특히 워싱턴포스트(WP)는 서울대의 다른 과학자들이 네이처나 사이언스보다 덜 유명한 학술지에 제출한 논문 가운데 최소 한 건에서 조작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발견돼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2의 황 교수 파동’이 조만간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WP는 또 황 교수 논문 조작 파문의 원인을 황 교수 실험실의 ‘칸막이 문화’에서 찾았다. 미국 실험실은 ‘벌통’ 같아 연구원들끼리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만 황 교수의 실험실은 칸막이가 쳐진 공장 조립 라인과 같아 연구원들이 자신이 맡은 부분 외의 분야는 전혀 몰라 조작이 쉽다는 것.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황 교수 논문 조작 사건은 ‘과학적 흥행주의’가 빚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IHT는 황 교수와 세계 최초로 안면 이식 수술에 성공한 프랑스 의사 장미셸 뒤베르나르 씨를 한데 묶어 “이들은 은둔 생활을 하는 연구자들과 거리가 먼 현란한 흥행사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수세기 동안 과학자들이 지켜 온 ‘느리고 지루하지만 연구의 질을 보증해 온 과학적 연구방법’을 왜곡했다는 것. 이 신문은 유명 과학자들이 흥행에 빠지는 이유로는 대중의 과도한 관심에 판단력이 흐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민족주의와 독선은 과학을 오염시키는 두 가지 토양”이라며 한국에서 일었던 황 교수 영웅화를 꼬집었다. 이 신문은 ‘복제 전문가의 코미디’란 제목 등의 기사를 통해 황 교수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황 교수 파문이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 새로운 좌절을 안겼다”면서 이번 파동으로 세계의 줄기세포 연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WSJ는 이 사건으로 인해 줄기세포 연구 지원비 삭감 움직임이 국제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으며 논문을 게재한 사이언스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줄기세포 연구자인 존스홉킨스대의 존 기어하트 박사의 말을 인용해 “황 교수의 논문 조작으로 줄기세포 분야는 물론 과학계 전반에 대한 냉소주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파동을 자국의 과학계 연구 발전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WP는 이번 파동이야말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제약을 없애 미국이 연구를 주도할 필요성을 보여 준 계기라는 의학연구촉진연합(CAMR)의 주장을 소개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사이언스가 조작 못잡아낸 이유는▼

평소 철저하기로 유명한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지는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쳐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논문을 게재하게 됐을까.

사이언스지는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지와 함께 세계 최정상급 과학저널이다. 이들 저널에 실린 논문은 신뢰도가 높아 다른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및 저작에 자주 인용한다. 이는 논문이 게재되기까지 혹독한 검증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논문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MBC ‘PD 수첩’팀이 황 교수팀의 논문 조작설을 보도했을 때 정부 관계자나 언론은 대부분 “유명 저널이 검증한 논문을 과학자도 아닌 언론이 검증한다는 것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듯 사이언스지의 검증에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사위원들은 논문에 미흡한 부분이 발견되면 지체 없이 보충실험 자료를 요구한다. 하지만 직접 실험을 해서 검증하지는 않는다. 또 실험 과정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일지나 실험장비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 과학자의 ‘양심’을 믿고 실험 데이터가 사실이라는 전제 아래에서 데이터가 결론을 설득력 있게 지지하는지를 주로 검토한다.

서울대 자연대의 한 교수는 “사이언스지를 포함한 국제저널이 매주 쏟아지는 수많은 후보 논문을 실험이나 연구일지로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로버트 로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이언스지는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논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이언스지도 기업이라 매출을 올리려다 보니 부작용이 생긴 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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