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파동]해외 과학계도 충격 “연쇄피해 우려”

  • 입력 2005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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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장애인 黃교수 격려한국척수장애인협회 회원 2명이 16일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황 교수를 격려하기 위해 연구실을 찾아가고 있다. 박영대 기자
척수장애인 黃교수 격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회원 2명이 16일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황 교수를 격려하기 위해 연구실을 찾아가고 있다. 박영대 기자
15일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복제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공동연구자의 주장이 제기되자 미국의 과학계는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극도로 조심스러운 자세로 대응했다.

황 교수의 논문을 2004, 2005년 잇달아 게재한 미국의 권위 있는 과학전문잡지 사이언스는 이날 “한국발 ‘연구 조작’ 보도는 과학적 증거가 없는 일방의 주장일 뿐”이라며 “성급하게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대변인실은 e메일로 돌린 성명서에서 “논문 철회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황 교수는 16일 서울대 기자회견에서 “(25명의) 공동저자의 동의를 구한 뒤 논문을 자진 철회하겠다고 잡지에 말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와 호흡을 맞춰 왔다가 결별한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는 특별한 반응을 공개하지 않았다. 피츠버그대 공보실은 특별한 논평 없이 “섀튼 교수는 당분간 의견을 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 연구결과의 국제적 공동검증을 주장했던 존 기어하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는 한국에서 신(神)과 같은 존재”라며 “지금 뼈아픈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줄기세포 연구의 권위자인 하버드대 에번 스나이더 박사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과학자로서 황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하려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며 “충격적이고 끔찍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황 교수팀이 진짜로 난자에서 핵을 (포도알을 짜듯) 분리해 냈다면 그 자체는 큰 의학적 진보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명 과학 월간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15일 황 교수를 ‘올해의 연구 리더’로 지정한 자사의 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히는 등 과학계 내에 비판적 분위기도 적지 않게 형성됐다. 잡지 측은 “이번 파문이 줄기세포 연구에 지속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 깊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사이언스와 과학저널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영국의 네이처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황 교수팀이 2004년에 만든 인간 배아복제 줄기세포 등 그동안 이룩한 연구 성과 전반에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썼다.

1997년 복제 양 ‘돌리’ 복제작업에 참여했던 싱가포르에 있는 생명공학기업의 대표인 앨런 콜먼 씨는 인터뷰에서 “(연구 성과) 전반에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전문지 ‘과학과 미래’는 “연구자들의 조작 시인에 따라 황 교수가 주도해 온 세계줄기세포허브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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