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前주미대사 “美, 한반도 평화협정에 의구심”

  • 입력 2005년 12월 15일 03시 03분


김경원(金瓊元·사진) 전 주미대사는 14일 남북한이 연방제를 추진할 경우 “미국은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반응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사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총동문회 초청 조찬강연에서 남시욱(南時旭·전 문화일보 사장) 세종대 석좌교수에게서 “내년에 현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2000년의 남북공동선언에 입각해 ‘연방제’를 추진할 것이라는 설이 정가에서 나돌고 있는데 그 경우 미국의 반응이 어떠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김 전 대사는 “미국은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에 대해 매우 의심하고 있다”며 “그런데 평화협정을 뛰어넘어 ‘연방제’로 간다면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한국의 전술 핵 보유에 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우리도 핵무기를 갖는 것이 좋다. 시간을 자꾸 끌면 우리가 못 견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 전 대사는 이날 ‘한국 외교의 기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국과 미국은 대북 정책에 있어 합의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우리의 견해를 미국에 설득하려면 타당성이 있는 논리로 임해야지 우리의 논리로만 말해서는 외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한미관계에 대해 “미국은 오른쪽으로, 우리는 왼쪽으로 돌아가는 추이가 있어 서로 맞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에서 진보세력이 집권한 것은 그동안 보수세력의 집권이 장기화됐음을 고려할 때 일단 정치가 균형을 취하게 된 것으로 보지만 문제는 그 방향이 미국의 흐름과 거꾸로 된 데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지난날에는 북한에 대한 인식이 공유됐기 때문에 한미동맹이 지속됐지만 이제는 북한이 우리나라에선 ‘도와줘야 할 존재, 공존공생의 동반자’인 반면 미국에선 ‘악의 존재’가 됐다”고 한미의 시각차를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은 남한의 대북경협이 조건부여야 한다고 보고 있으나 한국은 북한에 조건을 달았다가는 그나마 접촉을 거절당할까봐 조건을 붙이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가 북한에 대해 선처하면 북한이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로, 협상은 조건부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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