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소요사태 주범은 자포자기 10대들

  • 입력 2005년 11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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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랑스 소요 사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연령대는 미성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방송 TF1 TV가 5일 밤∼6일 새벽 경찰에 체포된 500여 명의 평균 연령을 조사한 결과 16세로 확인됐다. 어른들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과격한 미성년자들의 행위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6일 서부 독일 접경지역인 스트라스부르에선 청소년들이 차를 훔쳐 주택 단지로 돌진했다. 이로 인해 차량이 불에 타고 주택 일부도 불길에 휩싸였다. 이들이 내뱉는 주장 역시 성인들과 다를 바 없다. 17세의 운전자는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물러나면 우리도 그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5일에는 파리 남부 에브리에서 화염병을 만들던 청소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현장을 덮친 경찰에 체포된 6명은 모두 10대였다.

현지 주민들은 “분별력이 떨어지는 미성년자들이 소요에 참여하다 보니 맹목적인 양상을 띤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 지역의 한 주민은 “승용차에 불을 지른 아이들이 다음 날 그 자리에 모여 자랑스럽게 떠들어대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센생드니 지역을 비롯한 북아프리카계 이주민 집단 거주지역에선 이민 2세대인 청소년들의 일탈 행위가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새벽까지 길거리에서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술을 마시는 청소년 무리들이 쉽게 목격된다.

이 같은 청소년들의 일탈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이들 청소년 상당수가 일찍부터 현실에 눈을 뜬 탓이라고 지적한다. 가난한 현실에 순응하면서 사는 부모 세대와, 대학을 졸업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삼촌이나 형 세대를 보면서 일찌감치 자포자기 상태에 들어간다는 것.

센생드니 지역의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많은 학생이 학교를 자퇴한다”면서 “아이들이 제 맘대로 생활해도 부모가 마땅히 간섭도 못하는 게 이곳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혼을 한 부모나 미혼모에게서 자란 결손 가정의 자녀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현실 때문에 청소년들은 마약이나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 틈을 노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좌절한 청소년들을 끊임없이 ‘폭력의 길’로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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