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간 요리가 국가 문화유산?…佛 법안 통과에 유럽시끌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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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 간 요리인 푸아그라를 놓고 유럽 언론들이 시끌시끌하다.

프랑스 의회가 18일 푸아그라를 ‘국가문화유산’으로 규정한 법률 초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푸아그라 생산 방식이 잔인하다는 점을 지적해 온 언론들은 동물보호단체의 입을 빌려 의회의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푸아그라는 단어 자체가 ‘비만해진 간’이라는 뜻. 거위나 오리의 입에 깔때기를 꽂고 옥수수 가루와 콩을 강제로 먹여 간을 정상치보다 10배가량 부풀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동물들은 간 질환을 비롯한 각종 신체장애로 고통 받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식으로 사육되는 거위와 오리는 매년 세계적으로 3000여만 마리. 이 중 프랑스의 생산량이 85%를 차지한다.

생산 방식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면서 유럽연합(EU)은 2010년까지 현재의 생산 방식을 중단하라고 회원국들에 권고한 상태. 영국을 비롯한 13개 회원국은 EU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미 생산을 중단했다.

프랑스 의회의 이번 결정은 이를 피해갈 구실을 만들기 위한 조치다. 의회는 푸아그라를 ‘보호받아야 할 프랑스의 문화 및 요리 유산’으로 규정해 예술작품과 동등한 지위로 격상시켰다. 푸아그라 생산에 3만 명이 고용돼 있는 현실도 고려된 결정이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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