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백악관서 간첩 잡았다…FBI직원 비밀정보 빼내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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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 부통령실에서 근무한 필리핀계 미국인이 필리핀 정치 관련 비밀 정보들을 빼내 필리핀 정치인과 고위 관리들에게 제공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미 언론들이 5일 보도했다.

부통령실에서 해군 보안관리로 근무한 뒤 전역해 지난해 9월부터 미 연방수사국(FBI)에서 정보분석가로 일해 온 레안드로 아라곤치요(46·사진) 씨는 비밀취급인가를 이용해 FBI 컴퓨터에서 백악관 등 주요 기관의 기밀 문건 100여 건을 출력한 뒤 필리핀의 야당 정치인과 고위 관리들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FBI와 중앙정보국(CIA)은 아라곤치요 씨가 앨 고어 전 부통령실과 딕 체니 부통령실에서 1999년부터 약 3년 동안 근무한 만큼 이 기간에도 기밀 정보를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 관계자들은 아라곤치요 씨가 빼낸 정보는 필리핀 정치에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고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는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으며 필리핀에서 쿠데타를 계획하는 야당 정치인 등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아라곤치요 씨는 지난달 가택에 연금 중인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을 방문해 필리핀의 정치 상황과 관련된 자료를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언론들은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도 이를 시인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ABC TV는 “FBI와 CIA는 이번 사건을 현대사에서 최초로 발생한 백악관 내 간첩사건으로 부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FBI는 아라곤치요 씨가 공범으로 지목된 전직 필리핀 경찰 고위 간부인 마이클 레이 아키노(39) 씨의 불법체류 사건에 개입하려고 한 것을 수상하게 여겨 자체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한 끝에 기밀 유출 사실을 밝혀냈다.

필리핀 출신인 아라곤치요 씨는 21년 동안 미 해군에서 근무한 뒤 지난해 전역한 미국 시민권자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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