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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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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는 필리핀 남쪽 태평양에 있는 면적 488km²에 인구 2만200명(2003년)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 1994년 10월 47년 만에 유엔 신탁통치에서 벗어났다. ‘최신 독립국’인 셈이다.
뉴욕에서 성장한 미국인 벡 씨가 팔라우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30세 때인 1977년. 유엔 관할에 있던 팔라우 행정장관 법률 자문 역으로 처음 방문한 것. 당시 팔라우는 전화기도 없을 만큼 낙후한 국가였다.
1983년 팔라우 여성과 결혼한 그는 얼마 뒤 미국으로 돌아와 뉴욕에서 살았다. 그러다가 뜻한 바가 있어 2년 전 아내와 함께 다시 팔라우를 찾았다. 이때 그는 팔라우 정부 관료들을 만나 이렇게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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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는 생산시설도 생산물도 없고 누구도 관심을 돌리지 않는다. 이런 나라가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존재를 입증하려면 유엔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렇게 좋은 일이라면 당신이 그 일을 맡으세요.”
게다가 종신으로 맡으라는 것이었다. 내심 바라던 바였지만, 이렇게 쉽게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그는 즉시 유엔을 찾아가 자신이 팔라우 대표로 임명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유엔총회 때 만장일치로 유엔의 191번째 회원국 대표로 등록됐다.
벡 씨는 지금 유엔 대표 일에 빠져 있다. 얼마 전엔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뒀다.
“팔라우에서는 연봉으로 1달러를 받죠. 그러니 팔라우로서도 좋은 거래인 셈이죠. 나는 유엔에선 다양한 인종과 언어를 접하니 좋고요.”
유엔 총회에서는 13억 인구의 중국이나 중국의 6만분의 1밖에 안 되는 인구를 가진 팔라우나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한다. “이스라엘 보안장벽 철거 찬성투표 때는 150 대 6이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6표 중의 1표가 팔라우 표였지요.”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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