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우는 필리핀 남쪽 태평양에 있는 면적 488km²에 인구 2만200명(2003년)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 1994년 10월 47년 만에 유엔 신탁통치에서 벗어났다. ‘최신 독립국’인 셈이다.
뉴욕에서 성장한 미국인 벡 씨가 팔라우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30세 때인 1977년. 유엔 관할에 있던 팔라우 행정장관 법률 자문 역으로 처음 방문한 것. 당시 팔라우는 전화기도 없을 만큼 낙후한 국가였다.
1983년 팔라우 여성과 결혼한 그는 얼마 뒤 미국으로 돌아와 뉴욕에서 살았다. 그러다가 뜻한 바가 있어 2년 전 아내와 함께 다시 팔라우를 찾았다. 이때 그는 팔라우 정부 관료들을 만나 이렇게 설득했다.
“팔라우는 생산시설도 생산물도 없고 누구도 관심을 돌리지 않는다. 이런 나라가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존재를 입증하려면 유엔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렇게 좋은 일이라면 당신이 그 일을 맡으세요.”
게다가 종신으로 맡으라는 것이었다. 내심 바라던 바였지만, 이렇게 쉽게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그는 즉시 유엔을 찾아가 자신이 팔라우 대표로 임명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유엔총회 때 만장일치로 유엔의 191번째 회원국 대표로 등록됐다.
벡 씨는 지금 유엔 대표 일에 빠져 있다. 얼마 전엔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뒀다.
“팔라우에서는 연봉으로 1달러를 받죠. 그러니 팔라우로서도 좋은 거래인 셈이죠. 나는 유엔에선 다양한 인종과 언어를 접하니 좋고요.”
유엔 총회에서는 13억 인구의 중국이나 중국의 6만분의 1밖에 안 되는 인구를 가진 팔라우나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한다. “이스라엘 보안장벽 철거 찬성투표 때는 150 대 6이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6표 중의 1표가 팔라우 표였지요.”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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