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시아파겨냥 테러 140여명 사망…보복땐 내전 우려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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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을 미끼로 사람을 모은 뒤 폭탄을 터뜨려 살해하고, 집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 총살하고…. 이라크가 생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시내와 근교에서 14일 시아파 주민과 미군을 겨냥한 11건의 연쇄 테러가 발생해 최소 140명이 사망하고 230여 명이 부상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날 오전 6시 반경 바그다드 북서부의 시아파 거주지 카디미야 지역의 오루바 광장. 아침마다 인력시장이 서는 곳이다.

이 광장에 미니버스 1대가 들어왔다. 버스 운전자는 “일감이 있다”고 소리쳤고 일당 노동자 수십 명이 앞 다퉈 모여들었다. 순간 폭탄이 터졌다. ‘기획 폭탄테러’였다. 아니 학살이었다. 폭탄은 인근 점포 50여 곳이 산산조각 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최소 112명이 숨지고 200명이 다쳤다. 이라크 경찰 관계자는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루바 광장은 바그다드 최대의 시아파 거주지 카디미야 지역 중심부에 있으며 8월 31일 ‘순례자 압사사고’로 950여 명이 숨진 아이마 다리와 인접해 있다. 보름 만에 대형 참사가 또 일어난 것이다.

AFP통신은 이번 테러가 2003년 5월 이라크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한 이래 가장 강력한 테러 공격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4시 반경. 바그다드 북부의 시아파 주거지 알타지 마을은 인간 도살장으로 변했다. 군복을 입은 괴한들이 주민 17명을 끌어낸 뒤 모두 처형한 것이다. 목격자들은 “복면을 한 괴한들이 집집마다 뒤져 주민들을 끌어낸 뒤 1.5km 떨어진 광장으로 끌고 가 총살했다”고 말했다.

4시간 뒤인 오전 8시 반경 바그다드 동부에서는 자살폭탄 테러범이 자전거를 타고 미군 차량에 돌진해 미군 2명이 부상했다.

오전 10시경에는 바그다드 서부 알아델 지역에서 차량폭탄이 터져 순찰 중이던 이라크 보안군 3명이 숨졌다. 10분 뒤에는 바그다드 서북부 슐라 지역에서 차량폭탄 공격으로 시아파 주민 5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

이날 바그다드 일대는 ‘테러 훈련장’을 방불케 했다.

이라크 알 카에다 조직은 이날 아랍어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라크 전역에서 폭탄테러 캠페인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혀 연쇄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시사했다.

외신들은 계속된 테러에 흥분한 시아파 무장조직이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니파를 상대로 보복 테러에 나서게 되면 이라크는 통제가 불가능한 내전에 빠져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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