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 문화유적 126곳 삼켰다

  • 입력 2005년 9월 6일 03시 03분


미국 남부의 문화유적지와 관광명소들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카트리나 피해지역인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지역에서 박물관, 도서관을 비롯해 유서 깊은 건축물과 거리들이 재건이 불가능할 정도로 쑥대밭이 됐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에드 에이블 전미박물관협회(AAM) 회장은 “부서지거나 물에 잠긴 문화 유적지가 126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테너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뉴올리언스 연방화폐주조국 건물은 지붕이 완전히 날아갔다. 1830년대에 세워져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건물 중 하나인 이 건물은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 건물 앞을 오가던 명물 전차도 카트리나 이후 운행이 중단됐다. 1910년 재즈 기념관으로 탈바꿈한 후 이곳에 소장됐던 악기와 악보, 사진들은 물에 잠겨 더는 전시가 불가능해졌다.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에 있는 200년이 넘은 재즈클럽 10여 곳에도 물이 들어찼다. 재즈클럽 소유주들은 “악기들이 다 떠내려가 재건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남부에서 가장 오래된 뉴올리언스 미술관은 4만여 점의 미술품 중 절반이 훼손됐다. 미술관 마당에 전시된 헨리 무어 등 20세기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 50여 점도 자취를 감췄다. 이 밖에도 1794년 설립된 세인트루이스 성당과 루이지애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전용 극장인 오르페움 극장이 물에 잠겼다.

미시시피 주에서는 역사 유물들이 많이 훼손됐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을 이끌었던 제퍼슨 데이비스 남부동맹 대통령의 기념관은 절반 이상이 훼손됐으며 1층 도서관은 완전히 날아갔다. 미국 흑인 노예사가 가장 잘 전시돼 있다고 평가받던 미시시피 역사박물관도 큰 피해를 봤다. 소설가 존 그리셤의 작품에도 등장하는 빌럭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메리마호니 레스토랑도 폐허로 변했다.

존 불러드 뉴올리언스 미술관장은 “밤을 새우며 작품들을 물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긴 자원봉사자들이 바로 ‘영웅’”이라며 “다른 지역으로부터 작품 복구 전문가들을 보내주겠다는 제안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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