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도청테이프 ‘시끌’

  • 입력 2005년 8월 25일 03시 09분


《미국에서 뉴욕 주지사의 전화통화를 도청한 테이프 내용이 뉴욕포스트에 보도된 데 대해 ‘불법성’ 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이 치열하다. 조지 파타키 주지사는 23일 도청테이프의 내용이 뉴욕포스트에 보도된 과정에 대해 뉴욕 주 연방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뉴욕포스트는 전날부터 이틀 연속 ‘파타키의 비밀 테이프’라는 제목으로 파타키 주지사가 1996년이나 1997년경 핵심 측근, 아내 등과 나눈 전화통화 내용을 보도했다.》

테이프에는 정치적이나 개인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파타키 주지사의 당시 엽관(獵官)인사 책임자인 토머스 도허티 씨는 “주의 행정업무를 위탁받은 사람들이 내가 추천한 인사를 제때 충분히 고용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주지사가 최근 승진시킨 사람은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서 공화당원을 말살시키려 한 골수 민주당원”이라고 비난했다.

또 부인인 리비 파타키 씨는 주지사에게 “그런 시시한 정치행사까지 죄다 쫓아다녀야 하는 것이냐”, “도나 줄리아니(당시 뉴욕 시장 부인)는 늘 언론의 주목을 받는데 난 그렇지 못하다”는 등의 불만을 늘어놓았다.

재선인 파타키 주지사는 내년 뉴욕주지사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2008년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 자리를 노리는 유력 정치인.

데이비드 카탈파모 주지사 대변인은 “동의 없이 개인 간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신문사가 불법 녹음된 것인 줄 뻔히 알면서 보도하는 것은 분노할 만한 일”이라고 수사 의뢰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뉴욕포스트의 콜 앨런 편집국장은 “우리는 테이프의 녹취록을 익명으로 받았다”고 전제한 뒤 “설혹 불법 도청 테이프라 할지라도 우리는 연방대법원이 그 내용을 공개할 언론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엽관제 자리들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주지사와 주지사 부인의 스케줄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아는 것은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누가 전화통화를 녹음했고, 녹음된 내용을 흘렸는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일각에서는 로비스트 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도허티 씨가 스스로 녹음하고 흘렸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도허티 씨는 “통화 내용이 자신도 모르게 녹음되고 있다면 누군들 두렵지 않겠는가”라며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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