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都, 후소샤 역사교과서 채택

  • 입력 2005년 7월 29일 03시 08분


일본의 침략사관이 반영된 후소샤판 역사교과서 표지.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일본의 침략사관이 반영된 후소샤판 역사교과서 표지.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일본 도쿄(東京)도교육위원회가 극우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집필한 후소샤(扶桑社)판 역사교과서를 내년부터 4년간 도립 중고 통합교에서 사용할 교과서로 채택했다.

도교육위의 결정은 도쿄도 내 기초자치단체별로 구성된 산하 교육위와 다른 지역의 교과서 채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도쿄도 교육위는 28일 회의를 열어 도 교육위가 채택 권한을 갖고 있는 중고 통합교 4곳과 특수학교인 양호학교 21곳 등 모두 25개 학교에서 사용할 교과서로 후소샤판을 채택했다. 이 결정은 교육위원 6명의 전원일치로 이뤄졌다.

중고 통합교는 ‘엘리트 교육’을 표방해 학부모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신흥 명문교. 올해 4월 개교한 하쿠오(白鷗) 통합교에 이어 내년 봄 문을 여는 3곳 등 모두 4개교 학생 600여 명이 역사왜곡 교과서로 일본 역사를 배우게 된다.

도교육위는 △역사상 인물 △문화유산 △도쿄에 관한 역사적 사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일본의 영역을 둘러싼 문제 등 6개 항목의 기술에서 후소샤판이 가장 뛰어났다고 주장했다.

후소샤 교과서 채택저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이날 도쿄도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일본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교과서로 자라나는 세대를 가르쳐서는 안 된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8월 말로 예정된 교과서 채택 시한을 앞두고 후소샤 교과서를 채택한 곳은 13일 수도권 외곽 도치기(회木) 현의 오타와라(大田原)시교육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일본 언론들은 도쿄도 교육위원 전원이 극우 성향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에 의해 임명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충분히 예견된 결과라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일본의 광역자치단체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중 16곳에서 후소샤판을 채택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각 지역의 우익 교육위원들이 도쿄도의 결정을 후소샤 추천 논리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후소샤 교과서는 4년 전 시민단체의 저지 운동에 부닥쳐 채택률이 0.039%에 그쳤지만 올해는 집권 자민당과 우익 세력의 조직적인 후원을 무기로 채택률을 두 자릿수까지 끌어올리겠다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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