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신사, ‘사형판결’ 도쿄재판 정당성 부인

  • 입력 2005년 6월 2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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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스쿠니(靖國)신사가 A급 전범에게 사형 판결을 내린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을 부인하는 한편 재판 당시 전범들의 무죄를 주장했던 인도인 출신 판사의 기념비를 경내에 세우는 등 침략전쟁을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이 같은 야스쿠니신사의 행동은 야스쿠니 참배 목적에 대해 “전몰자를 추모하는 것일 뿐 전쟁을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해 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말이 허구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25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신사 측은 서면 인터뷰의 답변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A급 전범에게 사형 판결을 내린 도쿄재판에 대해 “절대적으로 옳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정당성을 부인했다.

야스쿠니신사 측은 또 도쿄재판 당시 모든 피고의 무죄를 주장했던 인도인 R 펄 판사의 업적을 기리는 비석을 25일 경내에 세우고 제막식을 가졌다.

인도대사관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제막식에서 야스쿠니신사 측은 “일본 무죄론을 전개한 아시아의 학자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펄 판사는 도쿄재판에 참여한 판사 11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미군의 원폭 투하 등을 언급한 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총리 등 A급 전범을 포함한 피고 전원의 무죄를 주장한 유일한 인물이다. 전후 일본의 국수주의자들은 펄 판사의 견해를 인용하며 도쿄재판이 승자의 논리로 행해진 부당한 재판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해 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에는 일제의 지원 아래 독립투쟁을 전개했던 세력이 있었기 때문에 일제의 아시아 침략전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도 일부 있다.

일본 정부는 A급 전범의 전쟁 책임을 물은 도쿄재판 결과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연합군 측과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맺고 독립국 지위를 회복해 국제사회에 복귀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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