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국제학교 인질극…한국어린이 5명 한때 억류

  • 입력 2005년 6월 17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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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캄보디아 북서부 관광지인 앙코르와트 인근 시엠립 주의 한 국제학교에 총기를 소지한 괴한 6명이 침입해 4∼6세 한국인 어린이 5명을 포함한 70여 명을 인질로 잡고 군경과 대치하다 5시간여 만에 진압됐다고 외교통상부가 밝혔다.

억류됐던 한국 어린이들은 모두 무사히 풀려나 부모 품으로 돌아갔으나 캐나다 학생 1명은 사망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시엠립국제학교 재학생 90여 명 중 한국 학생은 20여 명이다.

이한곤(李漢坤) 주캄보디아 대사는 이날 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억류됐던 한국의 남자 어린이 2명과 여자 어린이 3명은 외상은 없으나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부모 보호 아래 안정을 취하고 있다”며 “어린이들의 부모는 현지에서 여행사 식당 선물가게 등을 운영하는 교민들”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재학생 하모(14) 군은 전화 통화에서 “며칠 뒤에 있을 민속무용축제 연습을 하느라 초등학교 고학년들은 건물 밖 잔디에 있다가 학교에서 총성이 울리자 옆 건물 컴퓨터실로 피해 1시간 반 정도 숨어 있었다”며 “여학생들이 특히 많이 놀라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라고 말했다.

네 살배기 아들이 인질로 잡혔던 교민 안모 씨는 “아이가 많이 놀랐고 약간 탈진한 상태”라며 “다시 학교에 가면 그때 일을 떠올릴 것 같아 앞으로 학교 보낼 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지에는 등록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500여 명의 교민이 살고 있다는 게 교민들의 전언이다. 한국대사관 측은 17일 영사 직원을 현지에 보내 교민들을 위로하는 한편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인질범들은 이날 오전 9시 반경(한국 시간 11시 반경) 복면을 쓰고 학교에 침입해 총 6자루와 수류탄 6개, 10만 달러(약 1억 원), 태국으로 이동할 미니밴 한 대를 요구했다. 범인들은 협상과정에서 일부 인질을 풀어준 뒤 20여 명의 인질을 억류한 채 경찰과 대치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사켕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현지에 급파해 진압작전을 지휘했다. 범인 중 4명은 오후 3시경 체포됐고 2명은 사살됐다. 캄보디아 정부는 현지 관광산업에 타격을 주려는 반정부 세력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와 동기를 조사 중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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