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 原電 르네상스 부른다

  • 입력 2005년 5월 3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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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30여 년 만의 극적 전환’이라는 평가를 받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재개’ 정책을 발표한 이후 세계는 그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서울대 강창순(姜昌淳·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세계 원전의 표준 모델을 개발해 온 미국이 원전 개발을 늘린다면 다른 국가들도 대부분 따라가기 마련”이라며 “미국의 정책 전환은 과열되고 있는 원전 개발 경쟁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미국이 아니더라도 아시아발(發) 원전 개발 열기는 이미 뜨거울 대로 뜨겁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경쟁적으로 원전을 짓고 있다.》

▽세계는 원전으로 간다=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05년 5월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은 모두 25개. 이 중 절반이 넘는 14개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현재 9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중국은 2020년까지 매년 두 개의 원전을 지을 계획이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1월 “2010년까지 중국의 원자력 발전 능력은 지금의 다섯 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1% 수준인 원전 의존율도 2020년엔 4% 정도로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인도도 9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하고 있다. 205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 비율을 현재 3%에서 30%로 늘릴 계획.

원자력에 회의적이던 유럽에서도 분위기가 바뀌는 추세다. 핀란드는 2009년 가동을 목표로 1600MW급 원전 5호기를 건설하고 있다.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로 한 독일 스위스 스웨덴 등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IAEA는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60개 이상의 원전이 새로 가동되면서 세계 원전 수는 500기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원전 붐이 일면서 원자력 발전의 재료인 우라늄 가격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정제 우라늄(옐로케이크) 현물가격은 5월 초 현재 1파운드에 24달러 수준. 올해 초보다 3달러 올랐고 2000년 12월 당시(파운드당 7.1달러)에 비해 3배 이상 급등했다.

▽왜 다시 원전인가=세계 각국이 원전에 다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화된 고유가와 개발도상국의 급격한 에너지 수요증가다.

미국 에너지부의 ‘2004년 에너지 전망 보고서’는 “2025년 전 세계 에너지 수요는 지금보다 54% 증가하고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은 91%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토의정서의 체결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이 제한받게 된 것도 중요한 요인. IAEA는 “원자력이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6%에서 2030년에는 27%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주축이 돼 각계 전문가들이 내놓은 ‘원자력발전의 미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면 원자력 발전량은 약 1조 W까지 늘어나고 화력발전이 원자력 발전으로 대체되면서 연간 18억 t의 탄소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래의 에너지로 주목받던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 개발도 더디다. 수소에너지는 아직 초보단계다. 기술과 경제성에서 한계가 있는 재생에너지를 보조원으로만 활용하고 주 전력원은 원자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직은 우세하다.

▽“대재앙 불러올 것”=하지만 과도한 원자력 발전이 다시 핵 위기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UPI통신은 지난달 28일 알렉세이 야블로코프 러시아 환경정책센터 소장의 발언을 인용해 “체르노빌 원전에서 지금도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낙진 물질인 세슘 137은 반감기(방사선을 내뿜는 기간)가 30년이라 피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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