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반군, 얼굴없는 새 지도자 선출

  • 입력 2005년 3월 11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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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 반군이 러시아군에 의해 표적 살해된 아슬란 마스하도프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10일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사를 내세웠다.

반군 측은 새로운 정치 군사 지도자로 체첸의 이슬람 종교재판소(샤리아) 소장인 압둘 할림 사이둘라예프 씨를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사이둘라예프 씨는 30대 중반이라고만 알려졌을 뿐 얼굴도 공개되지 않은 수수께끼의 인물.

일부 러시아 전문가들은 이런 점 때문에 사이둘라예프 씨가 실제 인물이 아니라 반군이 내세운 가공의 인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의 정보에 의하면 사이둘라예프 씨는 이슬람 원리주의의 한 분파인 와하비즘 지도자로 반군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체류 중인 아메드 자카에프 반군 대변인은 “그는 공정한 인물로 신망이 높으며 우리 내부에서 누구도 그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체첸 반군 지도자들이 대부분 군 출신이었기 때문에 종교 지도자인 사이둘라예프 씨가 반군을 장악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사이둘라예프 씨가 반군 야전지휘관인 샤밀 바사예프 씨와 도쿠 우마로프 씨가 내세운 ‘꼭두각시’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러시아를 상대로 크고 작은 테러를 주도한 두 사람이 직접 지도자가 되기는 부담스러워 사이둘라예프 씨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체첸 수도 그로즈니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소속 Mi-8 헬기가 추락해 15명이 숨졌다고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통신이 전했다.

이를 두고 한때 러시아군이 8일 마스하도프 전 대통령을 살해한 데 대한 반군 측의 보복 공격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러시아 보안당국은 기체 결함으로 인한 사고이며 격추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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