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합중국’ 첫 발…스페인서 첫 EU헌법초안 국민투표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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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헌법 초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스페인에서 20일 치러졌다.

이로써 ‘유럽 합중국’을 지향하며 지난해 10월 확정된 EU 헌법 초안이 본격적으로 민의의 ‘시험대’에 올랐다. 스페인에 이어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프랑스 영국 등은 스페인의 투표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EU 헌법 초안은 25개 회원국 전체가 비준해야 발효된다.

▽‘유럽 합중국’을 향한 첫 관문=EU 헌법은 이미 헝가리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에서 의회 비준을 받았다. 국민투표는 스페인이 처음.

2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5개 회원국 중 프랑스 영국 등 8개국은 EU 헌법 비준을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고, 나머지 국가는 대부분 의회 비준만 거치기로 했다. 폴란드는 비준 절차를 아직 공식 확정하지 않았으나 국민투표로 갈 가능성이 높고, 체코는 국민투표와 의회비준을 함께 할 예정이다.

스페인 국민투표의 결과는 우편투표 개표가 마무리되는 27일경 나온다.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투표율과 찬성률이 어느 정도인지도 중요하다. 다른 회원국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산 넘어 산=영국 BBC 방송은 “스페인 국민 90%가 ‘EU 헌법 초안 내용을 거의 모른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EU 집행위 산하 여론조사기관인 유로바로미터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유럽인 3분의 1은 EU 헌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스페인의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은 45%에 그쳤다. 자국 총선이 70% 이상의 투표율을 보였던 것과는 큰 차이다. BBC는 이번에도 투표율은 40∼5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AP 통신은 “투표율이 낮다면 유럽 통합은 출발선에서부터 넘어지는 셈”이라며 “(다른 나라들에) 도미노 효과를 낳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밀고 당기기=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최근 잇따라 스페인을 방문해 ‘강한 유럽’을 강조하며 투표 참여와 지지를 호소했다.

독일 의회는 18일 EU 헌법 비준 절차에 착수했다. 프랑스에서도 18일 국민투표 실시를 위한 헌법 개정안이 상원을 통과해 5∼6월경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최근 ‘35시간 노동제’를 폐지한 데 따른 불만이 EU 헌법 반대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 국민이 EU 헌법에 찬성표를 던져도 난관은 남아있다. 내년 초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영국에서는 반대 여론이 더 높기 때문이다. 폴란드도 EU 헌법에 대해 회의적인 국가로 분류된다. BBC는 체코에 대해서도 “국민투표나 의회 모두 비준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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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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