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는 12일 미국 대학 구내에서 무선전화가 유선전화를 밀어내고 있는 새로운 풍속도를 소개했다. 무선전화 시대에 맞춰 시설을 보수하고 학생들의 어려움을 풀어 주어야 하는 대학의 고민도 함께 곁들였다.
▽사라진 대기 줄=30년 전만 해도 기숙사생들은 전화를 하기 위해 복도에서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 그 대기 줄은 5년 전 거의 사라졌다. 미국 대학생의 30% 이상이 무선전화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학기에 10명 중 9명이 무선전화를 소유하면 복도의 유선전화는 철거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메리칸대의 1학년생인 로렌 폭스 씨는 노트북 컴퓨터와 무선전화를 반드시 휴대한다. 무선전화로 하루에 두 차례 텍사스 주에 있는 부모와, 하루에 네 차례 인디애나 주의 쌍둥이 동생과 통화한다. 한 달 통화시간은 33시간이 넘는다.
아메리칸대의 장거리 유선전화 통화량은 최근 3년 사이에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기숙사생 40∼50명당 한 회선으로 유선전화를 줄일 계획.
버지니아 주에 있는 제임스메디슨대의 기숙사 전화번호부에서는 각 방의 구내번호가 사라졌다. 그 대신 10자리의 무선전화번호가 빈자리를 메웠다. 대학 측이 학생들의 무선전화 소지를 의무화하지 않았는데도 발생한 현상이다.
▽대학의 고민=유선전화가 밀려나면서 각 대학의 현금 수입이 크게 줄었다. 아메리칸대는 5년 전만 해도 장거리전화 사용료로 한 해 수십만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지난 학기에는 고작 1109달러(약 115만 원)만 챙겼다.
조지워싱턴대는 유선전화를 없앨 계획이지만 외국인 유학생들이 무선전화로 국제전화를 걸 때 비싼 전화료를 물어야 하는 문제의 해결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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