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캠퍼스 ‘사라진 유선전화’…기숙사 전화 줄서기 옛말

  • 입력 2005년 2월 13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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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에 있는 아메리칸대의 기숙사생인 막스 벤더 씨는 얼마 전 자신의 방에서 유선전화를 ‘발견’했다. 지난해 입학한 이후 줄곧 무선전화를 써 왔기 때문에 방에 유선전화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낸 것. 그는 “방에 유선전화도 있었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미국 대학 구내에서 무선전화가 유선전화를 밀어내고 있는 새로운 풍속도를 소개했다. 무선전화 시대에 맞춰 시설을 보수하고 학생들의 어려움을 풀어 주어야 하는 대학의 고민도 함께 곁들였다.

▽사라진 대기 줄=30년 전만 해도 기숙사생들은 전화를 하기 위해 복도에서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 그 대기 줄은 5년 전 거의 사라졌다. 미국 대학생의 30% 이상이 무선전화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학기에 10명 중 9명이 무선전화를 소유하면 복도의 유선전화는 철거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메리칸대의 1학년생인 로렌 폭스 씨는 노트북 컴퓨터와 무선전화를 반드시 휴대한다. 무선전화로 하루에 두 차례 텍사스 주에 있는 부모와, 하루에 네 차례 인디애나 주의 쌍둥이 동생과 통화한다. 한 달 통화시간은 33시간이 넘는다.

아메리칸대의 장거리 유선전화 통화량은 최근 3년 사이에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기숙사생 40∼50명당 한 회선으로 유선전화를 줄일 계획.

버지니아 주에 있는 제임스메디슨대의 기숙사 전화번호부에서는 각 방의 구내번호가 사라졌다. 그 대신 10자리의 무선전화번호가 빈자리를 메웠다. 대학 측이 학생들의 무선전화 소지를 의무화하지 않았는데도 발생한 현상이다.

▽대학의 고민=유선전화가 밀려나면서 각 대학의 현금 수입이 크게 줄었다. 아메리칸대는 5년 전만 해도 장거리전화 사용료로 한 해 수십만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지난 학기에는 고작 1109달러(약 115만 원)만 챙겼다.

조지워싱턴대는 유선전화를 없앨 계획이지만 외국인 유학생들이 무선전화로 국제전화를 걸 때 비싼 전화료를 물어야 하는 문제의 해결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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