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親이란 시아파’ 압승]神政체제로 가나

  • 입력 2005년 2월 13일 18시 04분


코멘트
《13일 뚜껑이 열린 이라크 총선 결과는 ‘친이란 시아파’의 승리였다. 쿠르드족이 25%를 득표해 자치기반을 확고히 한 반면 ‘친미 시아파’는 기반이 위태로워졌다.

시아파 정당인 이라크동맹연합(UIA)과 이라크리스트(IL)가 합계 60% 이상을 득표함에 따라 이라크 정국 주도권은 시아파로 옮겨갔다.》

▽친이란파의 대두=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는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 이슬람다와당 등 25개 시아파 정당이 연합한 ‘UIA’였다. 이에 따라 UIA를 후원한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는 앞으로 이라크 정치를 ‘수렴청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총선의 최대 스타로는 압둘 아지즈 알 하킴 SCIRI 의장이 꼽힌다. UIA 공천자 1순위에 올라 있는 그는 제헌의회가 선출하는 총리 후보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총선 이후 이라크가 시아파 신정(神政)국가인 이란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 태생의 시스타니와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 이란을 편들었던 하킴이 정치적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다와당 대표이며 공천 2순위인 이브라힘 알 자파리 과도정부 부통령도 역시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에 노골적으로 이란식 신정국가를 추구하는 시아파 강경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씨를 추종하는 후보들도 선전했다.

▽친미 지도자 추락, 쿠르드족 약진=미국의 두터운 신뢰를 받으며 과도정부를 7개월간 이끈 이야드 알라위 총리는 13%선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알라위 총리는 자신이 대표를 맡은 이라크민족화합당(INA)과 시아파 5개 정당을 연합해 UIA보다 5명이 많은 233명의 후보를 공천하며 ‘물량공세’를 폈으나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알 자지라 방송은 “알라위 총리가 나자프와 팔루자 사태를 진압하면서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반역자’란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제2당을 차지한 쿠르드족은 제헌 과정에서 독립국가에 버금가는 자치권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또 2월 말∼3월 초 선출할 대통령과 총리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총선 외면한 수니파=총선을 보이콧한 수니파의 투표 참여율은 예상대로 극히 저조했다. 특히 팔루자가 속한 알 안바르 주, 사담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가 있는 살라후딘 주 등 수니파 밀집 4개 주는 투표율이 2%선에 그쳤다. 이에 따라 수니파 저항세력의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시아파의 성일(聖日)인 19일 ‘아슈라’를 전후해 대규모 테러도 예상된다. 특히 수니파를 끌어안는 정치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자칫 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투표를 통해 제헌의회가 제정할 영구헌법이 수니파 3개 주 이상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하면 부결되도록 임시헌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라크 총선 예상 득표율(CNN BBC 로이터 알자지라 분석 종합)
조직 주요 정당주요 지도자예상득표율
이라크동맹연합(UIA)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압둘 아지즈 알 하킴SCIRI 의장 50% 이상
이슬람다와당(Dawa)이브라힘 자파리과도정부 부통령 및 Dawa 대표
이라크국민회의(INC)아마드 찰라비 INC 의장
쿠르드연맹리스트(KAL)쿠르드민주당(KDP)마수드 바르자니 KDP 총재 23%
쿠르드애국동맹(PUK)잘랄 탈라바니 PUK 총재
이라크리스트(IL)이라크민족화합당(INA)이야드 알라위과도정부 총리 및 INA 대표 13%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